2005년 10월 4일 화요일
Contax G1
Contax G1.
F3 하나만으로 꿋꿋이 버텨오던 어느 날, 카메라가 도대체 어떤 게 있나 구경을 시작하게 된다. 몇몇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던 중 Bessa 시리즈들이 저렴하게 시장에 풀려 있는 걸 발견하고, 세상엔 SLR과 똑딱이 외에 RF 카메라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RF 카메라 - Range Finder 카메라의 약자. 소위 똑딱이처럼, 대물렌즈와 대안렌즈에 맺히는 상이 일치하지 않는다. 상단의 2개의 창을 통해 들어온 화상을 이용해 촛점을 조절하고 찍는 카메라.
사실, RF 카메라는 초기 금군의 관심대상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미 SLR 하나로 잘 쓰고 있으며, RF는 대부분 스냅샷용으로 사용된다는 편견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RF계열들은 렌즈 교환식이라고 해도 망원쪽 렌즈들이 거의 없다. 더구나 대물렌즈의 상과 대안렌즈의 상이 다르기 때문에, 망원렌즈를 만들어 줘도 뷰파인더로 찍힐 상에 대한 추측을 하기가 어렵다.
내가 G1을 선택할 당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능들은,
1. 컴팩트할 것 - F3에 25-50렌즈만으로도 어깨가 휜다.
2. 찍기 쉬울 것 - 오토 브라케팅, DX 코드 지원
3. 사진이 잘 나올 것 - 카메라니까.. 당연히!
들이었는 데, 우선 3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불만족 수준이었다. 하지만 결과물들은 역시 콘탁스라는 말을 할 만큼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G1을 쓰면서 불만족스러웠던 점.
1. 크기. 무게, 재질
F3만큼 크고, 또 그만큼 무겁다. 재질도 흠집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 사용하는 사람을 신경증 걸리게 하기 딱 좋다. 나는 소프트 케이스로 감싸고, 그 위에 다시 커버를 하나 더 씌워서 사용했었다. ㅤㅅㅑㅍ에서 몇 번 만져보긴 했었지만, 직접 마운트해서 들어 봤을 때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2. 찍기 어려움.
오토 브라케팅은 좋았다만. 통상의 수동 RF 카메라와 달리, AF RF 카메라라는 묘한 태생인 G1은 뷰 파인더로 촛점이 맞았는 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MF RF카메라들은 소위 이중합치식 영상이라는 걸 이용해서 원하는 부분에 촛점이 맞았는 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Contax G1의 경우는 뷰파인더에 맺히는 상은 그저 5000원짜리 1회용 카메라들의 뷰파인더와 구조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접사나, 근접촬영시에는 결과물에 대한 구조적 불신이 초래된다.
하지만, Carl Zeiss T* 마크가 주는 뿌듯함은 대단한 것이었고, 또 45mm 테사 렌즈가 보여주는 결과물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거진 반년 가까이 충실하게 내 가방 속에 함께 했던 카메라다. 차후에 다른 포스트에서 G45 렌즈에 대해 언급하겠지만, 마치 투명한 듯 보이는 그 렌즈는 지금까지도 내 기억속에 가장 예쁜 사진들을 남겨 주었다.
나중에 스냅샷을 찍고 싶어질 때가 생기면, 꼭 다시 사용하고 싶은 카메라 0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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