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9일 일요일

Nikon MF 70-210 F4 series E





곡절이 많은 렌즈. 105mm로 망원이 충분할 거라 생각했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105mm로 먼 놈들을 잡기 위해 망원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는 AF는 백만년 후에나 내 손에 올 거라고 믿고 있었기에 일단 MF부터 뒤졌는 데.. 80-200은 좀 비쌌고, 물건도 흔치 않았고. 그렇다고 200mm를 사자니 고정 초점거리가 부담이 되었다. 잠시 AF를 구경하다 보니 그 가격에 거의 쓰러졌고...



그러다 보니 이 렌즈를 처음으로 e-bay에서 구입하게 된다. 몇 군데 렌즈 리뷰 사이트를 뒤져 본 후 이 놈으로 맘을 굳히고 중고 장터에서 며칠 기다려 봤는 데, 일단 매물 자체가 흔치 않아서 중고가를 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거래는 더더욱이 힘들었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e-bay로 뛰자 하며 점프.



e-bay에는 생각보다 물건은 많았다. 사진만 몇 개 보고 렌즈 상태 양호한 것 보고 구매 결정. 송료하고 다 포함해서 15만원이 채 안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렌즈 덕분에 차후에는 e-bay로 렌즈 구매 절대로 안 하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니... 줌 링이 무지하게 흘러내린다. 구형 렌즈는 대부분 회전식이 아닌, 직진식의 줌 링을 가지고 있는 데, 오래 사용하다 보면 줌 링이 헐거워져 가만히 둬도 흘러내리게 마련. 그런데 얘는 흘러내리는 수준이 아니라 떨어지는 수준이다. 놀랬다.



사진.. 기차게 잘 나온다. e-series 렌즈는 저가형이라고들 하는 데 저가형이라는 게 사진도 안 나온다는 말은 아니다. 이 렌즈의 구조는 차후에 AF 70-210에 완벽하게 동일하게 적용되었으며, 다양한 렌즈 리뷰 사이트에서 높은 점수들을 받고 있다.



몇 가지 재미있는 건, 통상 줌링을 밀면 망원으로 가는 게 대부분인 데, 이 렌즈는 줌링을 당겨야 망원으로 온다. 따라서 제일 밀었을 때가 70mm, 제일 당겼을 때가 210mm다. 또 간이 매크로 기능이 있는 데, 이게 70mm영역에서만 작동한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 특히 AF만 써 보던 사람들은 매크로 영역으로 가지 않는 걸 보고 당황하기 일쑤다.





잘 쓰고 있었지만... AF로 전환하면서 처분. 파란 듯 쨍한 느낌의 사진들을 내게 주고 갔다.





참고> 거의 모든 Nikon Lens들은 Nikkor 라는 접두어를 가지지만, E-series렌즈들은 Nikon으로 시작하는 접두어를 가진다. 저가형 렌즈들에는 Nikkor라는 이름을 붙여주기 싫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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