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F3를 들고 나가서 끼운 필름은, 아마도 기억에 국민 필름으로 분류되는 후지 오토오토200이었을 것이다. 2001년 쯤에 드라마 클럽 모임에 처음으로 들고 나갔었지만 당시 필름은 제하고, 다음에 장흥 간다고 성주하고 들고 나갔다가 필름이 감기지 않은 필름도 제하고. 엉뚱하게 첫 필름은 아는 사람 돌잔치에서 꺼내 들었었다. 실내 촬영이었고 스트로보조차 없었음을 감안하면 참 겁도 없고 무모한 행동이었다. 결국 필름은 약간의 흔들림들 덕에 본인에게는 건네주지조차 못 했지만...
내가 써 봤고, 즐겨 쓰고 있는 필름들의 리스트. 저감도 - 고감도 순으로.
후지 리얼라 100
누가 토를 달겠냐 싶을 정도로 네가티브에서는 유명한 필름. 깨끗하고 고운 입자와 고운 색감이 마음에 든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싸고, 필름 스캐너로 스캔했을 때는 약간 노랑과 초록 사이의 기운이 유난히 많아 보인다. 산 찍을 때 참 좋다.
코닥 프로이미지 100
리얼라를 따라잡을 필름이라고 해서 유명세를 탔다. 가격이 저렴하고, 사진도 잘 나와서 부담없이 들고 나가는 필름. 주머니나 차 안을 뒤져 보면 어디서든 한 통은 꼭 나온다.
코닥 NPH 400
최강의 전천후용 필름. 400임에도 불구하고 입자가 매우 곱다. 오토오토200보다 입자가 더 고운 듯. 셔터 속도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내 사진에서는 100만점 짜리. 주광에서는 셔터 스피드가 너무 빨라져서 문제가 되기도 하는 데, 사실 조리개 최대 개방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아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날이 조금이라도 흐리면 꼭 챙겨 나가는 필름.
후지 벨비아 50
정작 그리 자주는 쓰지 못했다. 필름의 최고봉이라 꼽히는 명품. 컨트라스트가 유난히 강하게 나와서, 알록달록한 이미지를 벌건 대낮에 찍으면 숨막힐 듯 화려한 색감이 나온다. 소위 벨비아 색감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장본인.
실제로는..? 50이라는 필름 감도 때문에 쉽게 사용할 수 없다. 특히나 나처럼 최대 개방 3.5 정도의 헝그리 렌즈군을 구비하게 된다면 더더욱. 일출 촬영때 한 번 써 봤고, 흐린 날에 들고 나갔다가 셔터 스피드 확보에 애를 먹었던 필름. 정말 쨍한 날에 들고 나간다 해도 그늘에서 조리개 조이기가 쉽지 않아 선뜻 손이 안 간다. 그래도 항상 냉장고에는 2통 이상 보유.
후지 벨비아 100
전 세계적으로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필름. 벨비아 100F가 아니다. 벨비아 100F가 벨비아 50에 비해 안 좋은 평을 받고 있는 데 반해, 100은 50의 후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아직 써 보지는 못 했고, 현재 F3에 한 롤 물려 있다.
코닥 E100G, 코닥 E100GX
코닥 프로페셔널 시리즈 중 100G. 적당한 컨트라스트와 풍부한 색깔이 일품이다. 개인적으로 인물/ 풍경 사진에는 참 많이 들고 다녔다. 벨비아 100과 함께 내 주력 슬라이드의 자리를 경쟁하고 있는 필름.
코닥 E100VS
벨비아와 함께 강한 컨트라스트로 슬라이드 필름계를 평정하고 있는 필름. 벨비아 50에 비해 상대적으로 셔터 스피드 확보에 여유가 있다. 강한 컨트라스트가 일품. 자연 풍경은 그냥 밋밋해 보일 수도 있으나, 꽃이나 단풍등을 찍어 보면 역시 장탄식이 나온다.
낮에 측면광으로 사람 얼굴을 찍으면 아수라 백작이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 개인적으로 낮에 사람 찍으러 갈 때는 안 들고 다님.
코닥 E200
E200. 슬라이드 필름에서는 고감도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프로비아를 몇 번 써 보았지만 그 거친 입자에 재미를 별로 보지 못했고, E100 시리즈를 +2 push 해서 찍어 보기도 했지만 역시 너무 강한 컨트라스트와 강조된 빨간색으로 인해 평소에 사용하기는 무리.
E200은 적당한 셔터 스피드가 확보되면서도 고운 입자와 E 시리즈다운 풍부한 색감이 좋다고 한다. - 즉, 나는 아직 써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증감 현상도 자유로와서 800으로 +2 push해도 계조의 변화가 크지 않다고 한다.
어서 날 흐린 날에 들고 나가서 한 번 찍어 볼 일이다.
후지 프로비아 400 F
써 보고 실망한 유일한 필름. 고감도가 필요해서, 결혼식 때 사용하려고 사 두었던 필름이다. 주광에서 찍어도 선명하게 보이는 그레인들이 영 눈에 거슬린다. 그런 효과를 의도하고 찍으면 상관없겠지만 왠지 슬라이드에서의 그레인은 내게는 부담스러웠다.
2롤인가 찍고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 필름박스에도 없지 싶은 데.. 있으명 얼렁 소진해야 할 필름.
일포드 HP5Plus
흑백을 찍고 싶었다. 코닥하고 후지는 질렸다. 흑백 전문 필름회사에서 만들었단다. 그래서 미련없이 들고 나왔다.
사실, 흑백은 이것 하나밖에 써 보지 않아서 뭐라 말하기가... 전반적으로 선명한 이미지. 1600으로 증감현상했을 때도 쨍한 듯 살아나는 선명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레인은 보통 400정도하고 비슷한 것 같고.
(흑백 증감현상으로는 사람 얼굴을 찍지 말자.)
우중충한 날 시내를 담고 싶을 때 들고 나갔던 필름.
또.. 무슨 필름을 써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