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11일 화요일

즐겨쓰는 필름들

필름이야기.

처음으로 F3를 들고 나가서 끼운 필름은, 아마도 기억에 국민 필름으로 분류되는 후지 오토오토200이었을 것이다. 2001년 쯤에 드라마 클럽 모임에 처음으로 들고 나갔었지만 당시 필름은 제하고, 다음에 장흥 간다고 성주하고 들고 나갔다가 필름이 감기지 않은 필름도 제하고. 엉뚱하게 첫 필름은 아는 사람 돌잔치에서 꺼내 들었었다. 실내 촬영이었고 스트로보조차 없었음을 감안하면 참 겁도 없고 무모한 행동이었다. 결국 필름은 약간의 흔들림들 덕에 본인에게는 건네주지조차 못 했지만...

내가 써 봤고, 즐겨 쓰고 있는 필름들의 리스트. 저감도 - 고감도 순으로.

Negative


후지 리얼라 100

누가 토를 달겠냐 싶을 정도로 네가티브에서는 유명한 필름. 깨끗하고 고운 입자와 고운 색감이 마음에 든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싸고, 필름 스캐너로 스캔했을 때는 약간 노랑과 초록 사이의 기운이 유난히 많아 보인다. 산 찍을 때 참 좋다.




코닥 프로이미지 100

리얼라를 따라잡을 필름이라고 해서 유명세를 탔다. 가격이 저렴하고, 사진도 잘 나와서 부담없이 들고 나가는 필름. 주머니나 차 안을 뒤져 보면 어디서든 한 통은 꼭 나온다.








코닥 NPH 400

최강의 전천후용 필름. 400임에도 불구하고 입자가 매우 곱다. 오토오토200보다 입자가 더 고운 듯. 셔터 속도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내 사진에서는 100만점 짜리. 주광에서는 셔터 스피드가 너무 빨라져서 문제가 되기도 하는 데, 사실 조리개 최대 개방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아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날이 조금이라도 흐리면 꼭 챙겨 나가는 필름.





Positive


후지 벨비아 50

정작 그리 자주는 쓰지 못했다. 필름의 최고봉이라 꼽히는 명품. 컨트라스트가 유난히 강하게 나와서, 알록달록한 이미지를 벌건 대낮에 찍으면 숨막힐 듯 화려한 색감이 나온다. 소위 벨비아 색감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장본인.

실제로는..? 50이라는 필름 감도 때문에 쉽게 사용할 수 없다. 특히나 나처럼 최대 개방 3.5 정도의 헝그리 렌즈군을 구비하게 된다면 더더욱. 일출 촬영때 한 번 써 봤고, 흐린 날에 들고 나갔다가 셔터 스피드 확보에 애를 먹었던 필름. 정말 쨍한 날에 들고 나간다 해도 그늘에서 조리개 조이기가 쉽지 않아 선뜻 손이 안 간다. 그래도 항상 냉장고에는 2통 이상 보유.




후지 벨비아 100

전 세계적으로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필름. 벨비아 100F가 아니다. 벨비아 100F가 벨비아 50에 비해 안 좋은 평을 받고 있는 데 반해, 100은 50의 후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아직 써 보지는 못 했고, 현재 F3에 한 롤 물려 있다.





코닥 E100G, 코닥 E100GX

코닥 프로페셔널 시리즈 중 100G. 적당한 컨트라스트와 풍부한 색깔이 일품이다. 개인적으로 인물/ 풍경 사진에는 참 많이 들고 다녔다. 벨비아 100과 함께 내 주력 슬라이드의 자리를 경쟁하고 있는 필름.


코닥 E100VS

벨비아와 함께 강한 컨트라스트로 슬라이드 필름계를 평정하고 있는 필름. 벨비아 50에 비해 상대적으로 셔터 스피드 확보에 여유가 있다. 강한 컨트라스트가 일품. 자연 풍경은 그냥 밋밋해 보일 수도 있으나, 꽃이나 단풍등을 찍어 보면 역시 장탄식이 나온다.

낮에 측면광으로 사람 얼굴을 찍으면 아수라 백작이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 개인적으로 낮에 사람 찍으러 갈 때는 안 들고 다님.



코닥 E200

E200. 슬라이드 필름에서는 고감도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프로비아를 몇 번 써 보았지만 그 거친 입자에 재미를 별로 보지 못했고, E100 시리즈를 +2 push 해서 찍어 보기도 했지만 역시 너무 강한 컨트라스트와 강조된 빨간색으로 인해 평소에 사용하기는 무리.

E200은 적당한 셔터 스피드가 확보되면서도 고운 입자와 E 시리즈다운 풍부한 색감이 좋다고 한다. - 즉, 나는 아직 써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증감 현상도 자유로와서 800으로 +2 push해도 계조의 변화가 크지 않다고 한다.

어서 날 흐린 날에 들고 나가서 한 번 찍어 볼 일이다.


후지 프로비아 400 F

써 보고 실망한 유일한 필름. 고감도가 필요해서, 결혼식 때 사용하려고 사 두었던 필름이다. 주광에서 찍어도 선명하게 보이는 그레인들이 영 눈에 거슬린다. 그런 효과를 의도하고 찍으면 상관없겠지만 왠지 슬라이드에서의 그레인은 내게는 부담스러웠다.

2롤인가 찍고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 필름박스에도 없지 싶은 데.. 있으명 얼렁 소진해야 할 필름.





Black and White


일포드 HP5Plus

흑백을 찍고 싶었다. 코닥하고 후지는 질렸다. 흑백 전문 필름회사에서 만들었단다. 그래서 미련없이 들고 나왔다.

사실, 흑백은 이것 하나밖에 써 보지 않아서 뭐라 말하기가... 전반적으로 선명한 이미지. 1600으로 증감현상했을 때도 쨍한 듯 살아나는 선명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레인은 보통 400정도하고 비슷한 것 같고.
(흑백 증감현상으로는 사람 얼굴을 찍지 말자.)

우중충한 날 시내를 담고 싶을 때 들고 나갔던 필름.




또.. 무슨 필름을 써 볼까?

Nikon

남자라면 니콘! 이라고 하면 좀 그럴까.

일본의 광학기기업체. Nippon Kokaku의 약칭이 Nikon이 되어 버렸다. Consumer Product로는 RF카메라부터 SLR카메라,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 DSLR등 대충 카메라 종류는 다 만든다.

내게는 그 중 F3와 몇 가지의 렌즈가 있다.


좋은 사진을 만들어 주는 믿음직한 장비들.

나의 장비

니콘 클럽

Contax

Pentax의 아류라는 희한한 소리까지 들어가며 온갖 수모를 다 견뎌내더니. 결국 Kyocera와의 합병 이후 Contax 브랜드는 단종되어 버렸다.

나는 G1밖에 써 보지 못하였지만, 독특한 색감을 만들어 주는 Carl Zeiss렌즈와의 조합으로 매니아층에 인기가 많았던 브랜드. 지금도 Aria, N1, NX, ND, G1, G2등 다양한 제품들이 중고장터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그 중 N 시리즈는 써 보지 못하였으나 구미가 당기는 제품.

내가 써 본 Contax

콘탁스 클럽

2005년 10월 10일 월요일

Nikon F3hp. 아버지의 카메라



Nikon F3HP. 아버지의 카메라.


그러고 보면 집안 내력인 셈이다. 뭔지 모를 기계들에 함뿍 빠져서 사고 바꾸고 써 보는 일들. 기억에 나 철들기 전서부터 우리 집을 거쳐간 카메라 기종이 최소 5개 정도는 되는 것 같고, 이름 모를 오디오 기종들도 아마 그 이상은 되리라 싶다. 요새 말로 얼리어답터라고 불리는 이 기계 사랑은 아버지때부터 대를 이어 온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지금은 우리집을 거쳐갔던 카메라들 중 기억나는 장비 이름이 불행히도 이 놈 뿐이다. 아마 올림푸스에서 나왔던 슈터형 길쭉한 모델이 하나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렌즈 교환형 카메라가 하나 더 있었는 게 그게 니콘인지 캐논인지 혹은 펜탁스인지 지금으로썬 확인 불가. 다만 아버지가 모든 카메라들을 참 애지중지 다루셨다는 기억만 남았다.

카메라를 먼저 만지기 시작한 건 동생이었다. 내가 지금 좋아하는 많은 것들은 거의 대부분 승환이의 도발로 시작한 것들이다. 군대가기 전이던가, 아버지 카메라를 들고 휘적휘적 다니기에 그러려니 했는 데, 사진이 제법 잘 나왔더랬다. 그 카메라를 다시 내가 손에 쥐었던 게 2004년. 혹은 2002년. 2003년에 찍은 필름을 2004년에 인화한 듯한 기억이 있다.

태어난 지 10년은 족히 넘었을 법한, 19로 시작하는 시리얼을 가진 제품이다. F3에 관련된 스펙은 http://www.mir.com.my/rb/photography/hardwares/classics/nikonf3ver2/index.htm 를 참조하시도록. 재미없는 기계적 특성들은 되도록 여기 적지 않겠음.


지금 나의 주력 장비. 이제 겨우 1500 장 정도 찍었나 보다. 그 중 맘에 드는 건 100여장 정도?

Nikon F80D



내가 아는 바로는 F6 나오기 전까지 가장 최신형 AF SLR 바디인 놈이다. 8년마다 나온다는 Nikon 의 단자리수 Flagship 모델. 그 중 F5가 출시되었고, 그 마이너 버전격인 F100이 나오고, 다시 양산형으로 F80이 출시된다. 그러니 굳이 따지자면 F5-F100-F80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인 셈이다.

기능에 따라 몇 가지 세부모델로 구분된다. F80은 기본 버전. 데이타 백이 붙어 있는 F80D, 필름의 컷 사이에 촬영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F80S.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모델은 F80D이다.

F80D를 사용했던 가장 단순한 이유는 AF였다. 망원렌즈를 사용하려 하다 보니 아무래도 Manual Focus로는 감당할 수 없었고, 성주가 MF 카메라를 사용하기 꺼려했기 때문에 어디 나가서 사진이라도 찍을라 치면 성주 혼자 심심해 하는 게 안스럽기도 했다. 조리개, 셔터 속도 아무 것도 신경 안 쓰고 P 모드에 놓고 누르기만 하면 사진이 되어 주는 카메라. 그게 필요했었다.

사실, F80은 MF 렌즈를 사용하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기종이다. 기본적으로 최신의 기능을 저가형으로 만들다 보니 MF렌즈의 지원이 빠져 있다. MF렌즈를 마운트해서 사용할 수는 있지만, 노출계가 동작하지 않아 적정 노출을 확인할 수 없다. 상위 기종인 F100과 F5는 MF렌즈를 지원하지만 그 가격이 당시 3자리 수였기 때문에 제외. F90시리즈가 MF/AF 렌즈를 모두 지원하지만 반대로 최신렌즈들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목록에서 제외. 이렇게 해서 만난 게 F80D였다.

F80을 쓰면서 만족했던 것들은...

- 정확한 AF. 니콘 카메라니까..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 다양한 기능. 입문형 SLR임에도 불구하고 없는 기능은 없다. 심도 미리보기, 스팟 측광등의 기능은 동급 모델에서는 찾아 보기 쉽지 않은 기능이다. 비록 나는 잘 안 쓰지만.. ^^;;

- 내장 플래쉬. 간편하게 사용하기엔 딱이다. 야간 촬영에도 유용했지만 주간의 필 플래쉬로 아주 잘 썼었다.


단점이라면 딱 하나, MF렌즈를 사용할 수 업었다는 것. 내 꿈의 카메라를 F100 으로 만든 이유 중의 하나다.

그 외에 세로 그립 사용시 세로 셔터가 없다는 게 불편함으로 꼽히기도 하는 데.. 나는 세로 그립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므로 문제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


AF의 즐거움을 함뿍 맛보게 해 줬던 카메라였다. 다만 필름카메라라는 것에 성주가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내가 한참 들고 다니다가 결국 처분해 버렸다. 지금은? AF 필름 바디로는 F100을 꿈꾼다.

조리개, 셔터 스피드, 필름 감도.

노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좀 더 좋은 사진을 찍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처음 만나게 되는 단어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소위 똑딱이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다가, 고급 기종이란 놈을 만나고 나면 노출을 조정해 줘야 한다고 하는 데, 이게 노출을 조정하려다 보니 필름 감도, 조리개, 셔터 스피드의 세 가지가 묘하게 뒤엉켜서 참.. 무슨 말인 지 영 헷갈린다. 간단히 정리해 보자.

< 사진 >

사진은 결국 빛을 필름면에 닿게 해서, 필름을 감광시킴으로써 렌즈를 통한 화상이 필름면에 맺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어릴 적 과학시간에 청사진 놀이를 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니 그것과 동일한 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필름에 얼마나 많은 양의 빛을 쏘아 주었는가, 또 그 빛의 양이 필름의 감광에 충분한 양이었는가 노출에 대한 관건이 되겠다.

필름에 맺히는 빛의 양으로 조절하는 카메라의 기계적 장치가 조리개와 셔터이며,

그 빛을 받은 필름이, 얼마나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가를 결정하는 게 필름감도이다.


< 조리개 >

필름면에 들어오는 빛의 면적을 결정한다. 사람의 홍채와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빛이 들어오는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조리개가 열린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수치로 표현하는 데, 2의 제곱근 ( 약 1.2 ) 의 배수를 한 단위 (스톱)으로 정의한다. 조리개 수치는 이 숫자의 비율로 표시한다. ( 1: 1.4 혹은 1/ 1.4 )

단위 : 1 > 1.4 > 2.8 > 5.6 > 11.2 > 22.4 .... ( 단위는 면적 )

통상 10단위 이상으로 올라가면 소숫점 아래는 표시하지 않는다. 이 단위는 빛이 들어오는 비율을 계산하는 데 사용된다. 즉, 1:1.4는 1:2.8에 비해 2배의 빛이 들어온다는 이야기.

각 단위를 한 스톱이라 부른다.

< 셔터 스피드 >

조리개가 빛이 들어오는 양을 결정하고 나면, 셔터는 그 빛이 필름에 노광되는 시간을 결정한다. 셔터 스피드는 말 그대로 시간의 단위이다. 필름을 1초간 노광시킬 지 1/500초 동안 노광시킬지를 결정한다. 2의 배수를 한 단위(스톱)으로 사용한다.

단위 : 1초 > 1/2 > 1/4 > 1/8 > 1/16 > 1/32 > 1/64 > 1/128 ...

통상 10단위 이상 올라가면 10단위 및은 버리므로,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는 다음과 같이 표기된 경우가 많다.

단위 : ... 1/8 > 1/16 > 1/30 > 1/60 > 1/120 > 1/250 > 1/500 ... (초)

마찬가지로 각 단위를 한 스톱이라 부른다.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의 관계>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의 조합은, 필름에 비칠 빛의 양을 결정한다. 터 스피드와 조리개의 단위가 공통으로 한 스톱인 것에 주목하라. 둘의 단위는 공통이다. 따라서 조리개를 한 스톱 여는 것과, 셔터 스피드를 한 스톱 낮추는 것은 동일한 양의 빛의 증가를 가져온다. 다음은 동일한 빛의 양을 노광시키는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의 조합이다.

F1.4, S1/500 = F2.8, S 1/250 = F5.6, S1/125 = F11, S 1/60 = F22, S 1/30

그렇다면, 조리개를 1.4에 맞추고 셔터 스피드를 1/500에 맞춘 사진과, 조리개를 22에 맞추고 셔터 스피드를 1/30에 맞춘 경우의 사진은 동일할까? 빛의 양으로만 보면 그렇다. 동일한 양의 빛이 필름에 맺히므로 필름이 노광된 양은 동일하다. 하지만 빛이 비춰진 시간이 틀리므로, F1.4, S1/500으로 찍은 사진은 모든 사물이 정지된 상태로 찍힐 것이고, F22, S1/30으로 찍은 사진은 사물의 움직임이 필름에 나타날 것이다.

정리하자면, 사진을 찍는 행위는 얼마만큼의 빛을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필름에 노광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되겠다.

<필름 감도>

크기, 감도, 색깔 등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필름이 존재하는 데, 여기서는 필름의 감도만 고려해 보자. 다시 어릴 적 청사진 놀이로 돌아가 보면, 청사진에 동전을 올려 놓고 동전의 상이 맺힐 때까지 수분을 기다려야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청사진은 빛의 상이 맺힐 때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며, 이는 빛에 대한 감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용 필름도 다양한 감도가 존재하며, 이 감도도 빛의 양을 조절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 느린, 둔감한 / 빠른, 민감한 ---->
ISO 50, 100, 200, 400, 800, 1600, 3200

정리하자면, ISO 200의 필름은 ISO 100의 필름보다 절반의 빛으로도 같은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ISO 200, F5.6, S125 의 조건은 ISO 100, F5.6, S500 의 조건으로 같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Zoom-NIKKOR 25-50mm 1:4 MF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렌즈고, 지금도 나의 주력렌즈다. F3에 항상 물려 놓고 다니는 렌즈.

처음 아버지 카메라를 만나게 되었을 때는 FM2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카메라인 줄 알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FM2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아버지 쓰시던 카메라를 꺼내 보고 FM2가 아니었기에 실망했던 때도 있었으니.. 나중에야 FM2는 보급기고 F3가 Flagship 모델이라는 걸 알고 또 얼마나 뿌듯해 했던 지.

이 렌즈도 마찬가지 곡절을 겪었다. 몇 군데 사진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니 50mm 단렌즈가 명기라고 나오는 데. 더구나 최대개방 조리개 수치가 낮은 게 좋은 거라는 데. 이건 광각인 건 알겠는 데 F4라니.. 실망. 거기에 무게는 어찌나 무거운 지 F3에 마운트시켜서 반나절만 들고 다니면 어깨가 빠질 듯 저려온다. 크기도 커서 72mm 필터 사려니 고역이겠다... 했는 데. 사진을 찍어 보고 그 맘을 일단 고쳐 먹게 된다.

이 렌즈는 각 렌즈 리뷰 사이트에서 4.5/5.0 정도는 기본으로 쳐 주는 좋은 렌즈이다. 25-50이라는 묘한 화각 탓인 지 오래 생산되지 못하고 단종되었지만, 사진 하나는 정말 좋다. 광각에서의 왜곡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으며 선예도도 좋다. 몇몇 사이트에서는 25mm부터 50mm까지 26개 단렌즈를 모아놓은 렌즈 라는 극찾을 받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 렌즈를 쓰면서 무게 외에는 큰 불편함을 느낀 바 없다. 25-28mm 영역에서 비네팅이 나타나기 때문에 거의 28mm에서 멈추고, CPL등의 두꺼운 필터를 쓸 때 조금 더 신경이 쓰인다는 정도일까.

이 렌즈는... 내가 MF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Zoom-NIKKOR 28-85mm 1:3.5-4.5

내 F3의 바디캡 역할을 한 동안 담당해 줬으면 하는 친구.



광각줌인 25-50으로는 아무래도 풍경은 적당하지만 전천후 줌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기에, 표준 줌을 찾아 헤메인 지 오래. 충무로에서 황당한 가게도 한 번 만나는 등 몇 번의 우여 곡절 끝에 멀리 전라도에서부터 내게로 온 렌즈이다.

mir.com.my 및 Nikon Compendium에 따르면, 3.5-4.5의 가변 조리개가 최조로 적용된 줌렌즈이며, 광각부터 준망원을 커버하는 최초의 줌렌즈로 기록된다. 이 렌즈 이전의 렌즈들은 24 혹은 28mm로부터 시작하기는 하나, 모든 렌즈들이 50mm 이하로 내려가는 광각 줌이었으며, 또한 모든 렌즈들이 전 영역에 걸쳐서 고정 조리개 수치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굳이 말하자면... 전천후 줌 렌즈의 지평을 연 최초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1:3.4 정도되는 간이 매크로를 가지고 있어서 매크로 촬영에도 좋단다. 나는 매크로 촬영 뭐.. 할 일이야 있겠냐 싶다만.

렌즈에 대한 평가는 많지 않아 알 수 없다. 이 렌즈는 MF가 AF로 바뀌고 있던 딱 그 시기쯤에 발매되었다고 하며, 동일한 구성의 AF렌즈로 적용되면서 단종되었다고 한다. 다만 AF렌즈는 구동부만을 제외하면 렌즈 구성 및 광학적 특성이 MF와 동일하다고 하며, 당시 AF로 재구성된 28-85 렌즈는 모든 기자들의 F4에 물려 있었다고 하니 전천후 줌의 위력이 대단했을 거라고 추정할 뿐이다.

AF렌즈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후한 편. 재미있는 건 매크로 영역에서는 AF가 동작하지 않는다. 당시 몇몇 AF렌즈들 중 간이 매크로는 MF로 조작하게 되어 있는 모델들이 있단다.

오늘 몇 장 찍어 놓고 보니... 망원영역에서는 핀쿠션 디스토션이 약하게 보인다.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고 생각되고, 광각으로 내려가면 35mm정도부터 배럴 디스토션이 나오기 시작해서, 28mm까지 가면 약간 심해진다. 하지만 전에 사용하던 AF-S 24-85G에 비하면 망원이나 광각쪽 모두 매우 훌륭한 수준. 24-85G는 광각, 망원 모두 눈에 확 뜨일 정도의 왜곡이 있었다.

이젠... 잘 찍는 일만 남았다.



재미있게도, 250000이라는 시리얼을 가지고 있다. 꼭 누가 맞춰주기라도 한 양 정확히 숫자가 떨어져서 참 묘하다. 처음 받았을 때는 누가 장난친 건가 싶기도 했으니까.

05/11/10

2005년 10월 9일 일요일

조리개 값과 셔터 스피드의 관계.

조리개값과 셔터 스피드의 관계를 직접, 이해하기 쉽도록 만든 사이트.

http://www.photonhead.com/simcam/

3개의 항목이 보이는 데, 첫번째는 셔터 스피드/ 조리개 값의 비교. 두번째는 필름 스피드에 대한 비교. 세번째는 셔터 스피드에 따른 손떨림의 영향에 대한 비교.

재미 삼아 한 번 들어가 보시길.

Nikkor MF 28mm F3.5 non-AI



니콘 MF 광각렌즈의 최고봉을 꼽으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MF 28mm F2.8을 꼽을 거다. 왜곡없는 시원한 화각에 최대 근접촬영거리 20cm. 매크로 기능은 없지만 그 정도면 간이 매크로급으로도 손색이 없고, 더구나 20cm의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28mm 의 광각은 참 재미있는 화면들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렌즈 가격도 비싸다.

꿩 대신 닭으로 찾은 렌즈가 28mm F3.5렌즈. 조리개 수치만 낮을 뿐 같은 28mm라는 믿음으로 구했다. 결정적으로 가격이 엄청나게 쌌다.사실 25-50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25mm, 28mm, 50mm의 세 영역에서만 사용했기에, 차라리 28mm와 50mm 단렌즈 두 개를 들고 다니는 게 내 어깨 건강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찾아다녔던 렌즈다.

이 렌즈는 Pre-AI렌즈이다. 니콘의 렌즈들은 렌즈의 조리개 정보를 카메라에 전달해 주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을 가지고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ai이다. 이 렌즈는 ai기능이 적영되지 않은 렌즈로써 소위 토끼귀라 불리는 prong을 통해 조리개 정보를 전달한다. 내가 구입한 렌즈는 렌즈 마운트 부분을 깎아 내서 AI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개조된 렌즈이다.

살 때는 몰랐는 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렌즈 안에 약한 곰팡이가 피었다. 사진에는 큰 영향은 없지만 어쨋거나 찜찜한 부분이다. 역광에서 유난히 플레어가 많이 보이는 것도 곰팡이의 영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긴 한 데.. 청소하러 갈 시간도 없고, 청소 비용이 렌즈 비용하고 비슷할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냥 쓰고 있다.


사진은. 왜곡이 약간 있고, 역광에서 플레어가 생긴다. 필터를 끼우면 거의 100% 비네팅이 생겼던 걸로 기억한다.

Nikkor MF 105 F2.5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용 렌즈. 물론 이렇게 써 놓으면 85mm F1.4나 105mm F1.8등이 경기를 하겠지만..

나의 세번째 렌즈. 사용 빈도는 약간 떨어지지만 절대로 팔지 않고 고이 간직하고 있는 렌즈이다. 일단 렌즈 상태가 꽤 좋고, 그만큼 결과물이 확실하기 때문에.

흔히 인물용 렌즈로는 85mm, 105mm, 135mm 를 이야기한다. 85mm는 상반신. 105mm는 토르소, 135mm는 얼굴을 위해 사용한다는 게 거의 정석 수준의 이야기고. 나는 개인적으로 망원으로 쓸 요량으로 구입했다. 25-50만으로 사진찍다보니 망원이 궁했고, 그렇다고 200mm급의 망원을 구하자니 내가 200mm나 되는 걸 쓸 일이 있겠나 싶어서 단렌즈로 찾아다니다가 구한 렌즈.

쨍한 선예도가 일품이다. 일부에서는 조리개 최대개방에서 사진이 소프트해진다고들 하는 데, 나는 잘 모르겠다. 지금도 기회 있을 때마다 가방에 꼭 챙겨나가고는 하는 렌즈. 왜곡은 없고, 선예도 좋다. 혹자는 105mm F1.8은 얼굴의 잡티까지 너무 선명하게 나오기 때문에, 인물 사진의 최고봉은 105mm F2.5 라고 얘기하기도 하더라만...


초기 모델은 후드가 내장되어 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내가 가진 렌즈는 후드 내장형의 신형 AI-S 모델. 포커스링 앞 쪽에 후드가 내장되어 있어서 살짝 밀어내고 사용하면 된다. 포커스링은 나이가 들어서 덜렁거림.

Nikon MF 70-210 F4 series E





곡절이 많은 렌즈. 105mm로 망원이 충분할 거라 생각했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105mm로 먼 놈들을 잡기 위해 망원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는 AF는 백만년 후에나 내 손에 올 거라고 믿고 있었기에 일단 MF부터 뒤졌는 데.. 80-200은 좀 비쌌고, 물건도 흔치 않았고. 그렇다고 200mm를 사자니 고정 초점거리가 부담이 되었다. 잠시 AF를 구경하다 보니 그 가격에 거의 쓰러졌고...



그러다 보니 이 렌즈를 처음으로 e-bay에서 구입하게 된다. 몇 군데 렌즈 리뷰 사이트를 뒤져 본 후 이 놈으로 맘을 굳히고 중고 장터에서 며칠 기다려 봤는 데, 일단 매물 자체가 흔치 않아서 중고가를 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거래는 더더욱이 힘들었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e-bay로 뛰자 하며 점프.



e-bay에는 생각보다 물건은 많았다. 사진만 몇 개 보고 렌즈 상태 양호한 것 보고 구매 결정. 송료하고 다 포함해서 15만원이 채 안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렌즈 덕분에 차후에는 e-bay로 렌즈 구매 절대로 안 하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니... 줌 링이 무지하게 흘러내린다. 구형 렌즈는 대부분 회전식이 아닌, 직진식의 줌 링을 가지고 있는 데, 오래 사용하다 보면 줌 링이 헐거워져 가만히 둬도 흘러내리게 마련. 그런데 얘는 흘러내리는 수준이 아니라 떨어지는 수준이다. 놀랬다.



사진.. 기차게 잘 나온다. e-series 렌즈는 저가형이라고들 하는 데 저가형이라는 게 사진도 안 나온다는 말은 아니다. 이 렌즈의 구조는 차후에 AF 70-210에 완벽하게 동일하게 적용되었으며, 다양한 렌즈 리뷰 사이트에서 높은 점수들을 받고 있다.



몇 가지 재미있는 건, 통상 줌링을 밀면 망원으로 가는 게 대부분인 데, 이 렌즈는 줌링을 당겨야 망원으로 온다. 따라서 제일 밀었을 때가 70mm, 제일 당겼을 때가 210mm다. 또 간이 매크로 기능이 있는 데, 이게 70mm영역에서만 작동한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 특히 AF만 써 보던 사람들은 매크로 영역으로 가지 않는 걸 보고 당황하기 일쑤다.





잘 쓰고 있었지만... AF로 전환하면서 처분. 파란 듯 쨍한 느낌의 사진들을 내게 주고 갔다.





참고> 거의 모든 Nikon Lens들은 Nikkor 라는 접두어를 가지지만, E-series렌즈들은 Nikon으로 시작하는 접두어를 가진다. 저가형 렌즈들에는 Nikkor라는 이름을 붙여주기 싫어서였을까?

2005년 10월 8일 토요일

Nikkor AF 70-210 F4-5.6



AF로 전환하면서 구입한 렌즈. 아마 망원계 줌 중에 거의 최저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최저가의 지존은 70-300G렌즈가 아닐까 싶지만...

80-200의 경우도 new type, 직진식 등에 의해 여러가지 종류가 갈리지만, 70-210의 경우도 몇 가지 종류가 혼재한다. 70-210 F4, F4-5.6, D type, non-D type 이 복합된 다양한 종류가 있는 데, 지금 사용하는 건 그 중에 제일 하위인 셈이다. non-D 타입에 조리개도 4-5.6의 가변 조리개이니.

전 영역에 걸쳐 간이 매크로가 있다. 최소 조리개 22. 최대 조리개 4. 뭐, 아직까지 전혀 지장없이 사용 중이다. 앞서 series-e 렌즈에서도 설명했듯이 광학적 특성의 같거나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사진은 꽤나 잘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왠지 mf series-e 의 쨍한 맛은 느껴보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거의 항상 가방에 들어 있는 렌즈 중의 하나.

Nikkor MF 50mm F1.4



음.. kenrockwell.com에서 가져왔는 데, 무슨 렌즈에 후광이 있냐. -_-


얼마 전 처분한 렌즈. 50mm 1.8D와 화각도 겹치고, 사용성도 떨어져서 결국 방출했다. 표준렌즈이기에 뭐,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다고들 얘기한다. 나도 많이 들고 다니면서 써 봤고...

50mm를 사용해서 잘 찍었다고 생각이 되는 사진들은, 대부분 피사체와의 적절한 거리를 확보했을 때였던 것 같다. 렌즈의 최대초점거리 5m. 이 거리 안에 피사체를 끌어 들였을 때에는 언제든 찍고 나서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그 밖에 있는 피사체에 대해서는 재미를 보기 힘들었던 것 같은.

더구나 50mm 1.4는 1.8D에 비해 그 서슬퍼런 선예도가 아직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전면렌즈가, 측면에서 바라 보면 투명하게 빛나던 게 기억난다.

Nikkor AF 50mm 1.8D



처음으로 내 돈 주고 구입했던 렌즈.


F3를 들고 이 놈을 달고 105mm 렌즈를 사러 남대문을 돌아 다니던 시절... 남대문 상가 아저씨의 한 마디에 넘어가서 MF 50mm 1.4와 맞교환을 했던 가슴 아픈 기억이 있는 놈이다. '카메라는 멋진 데.. F3에 AF는 폼이 안 나지?' 이 말에 그냥 냅다 MF로 교체. 결국 MF는 다시 떠나고 AF가 남았다.

50mm 표준 렌즈 중에 제일 많이 팔리는 놈일 거다. 그래서 가격도 저렴하고, 성능도 좋다. 물론 MF와 마찬가지로 피사체에 어느 정도 접근해야 맘에 드는 사진을 남겨준다. 이 친구는 최대 초점 거리가 3m로 더 짧아서, 더구나 조리개도 한 스텝 더 낮으니 MF보다는 조금 더 힘들겠다.

처음으로 인물 사진을 찍은 렌즈다. 드라마 클럽 신입생 환영회. 대학로 뒷골목의 돼지고기집에서, 후배들 얼굴 한 장 한 장 담아 봤더랬다. 나중에 인화해 보고는 그 따뜻해 보이는 색감에 포옥 녹아 들었다. 필름은 국민 필름 오토오토200이었던 것 같은 데, 어쨋거나 그 사진이 풍기는 포근함이 참 좋았더랬다. (굳이 말하자면 최대 개방에서 MF 50mm 1.4 보다 소프트하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

안으로 쏘옥 들어가 있는 대물렌즈가 앙증맞다. 가볍고 부담없이 나갈 때 얹어주는 렌즈.

2005년 10월 7일 금요일

Nikkor AF-S 24-85 3.5-4.5G ED



F80D와 함께 구매한 렌즈. 역시, F80D의 문제는 MF 렌즈들을 함께 사용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F80D의 구입목적은 성주가 재밌게 사진을 찍게 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렌즈도 표준계 줌렌즈를 찾게 된다. 표준계 줌 렌즈라 하면 역시 35-70 F2.8이나 24-85 F2.8을 찾는 게 보통인 데,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 며칠 뒤져 보다가 kenrockwell.com의 리뷰에 혹해서 (리뷰는 스스로 참조해 보시길) 이 렌즈를 구입하게 된다. 당시에도 쌌지만, 지금도 G렌즈라는 것과, 비교적 높은 조리개 수치때문에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렌즈.

AF-S 렌즈이다. 초음파 모터가 렌즈를 둘러싸고 있어서, 모터의 구동없이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아울러 A 모드에서 구동되고 있어도 포커스 링의 조절이 가능한 특징이 있다. AF 속도는 뭐.. 환상이다. 반셔터 잡는 순간 피사체 고정이다.

ED 렌즈도 들어 있다. ED렌즈는 색수차 보정을 위해 니콘에서 제작하는 렌즈이며, 아마 순수 석영으로만 제작되는 렌즈로 알고 있다. ( Nikon Compandium을 다시 뒤져 봐야겠군...)

G렌즈이다. 초기의 G렌즈는 조리개 링이 없는 저가형 모델로 나왔으나, 지금은 가격대적 특성은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단순히 조리개 링이 없어서 MF 지원 카메라에 대한 backward compatibility가 없다는 정도.

특별한 불만 없이 사용했던 렌즈이다. 화각도 표준계 줌으로는 넉넉해서, 광각부터 반신샷까지 자유 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광각/ 망원으로 가면 갈 수록 왜곡이 심해진다. TV 화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몇 번 테스트해 보았는 데, 광각/망원영역으로 줌 링을 돌려보면 왜곡의 정도를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그닥 신경 쓰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광각에서 기둥 휜 사진 보면 정이 조금 떨어진다.


그 가격대에, 그 성능이면 최고라 할 만한 렌즈. 지금은 내 손에 없다.

2005년 10월 6일 목요일

Nikkor AF-S 18-55 3.5-5.6G ED/DX



1.5배 크롭이라는 놈을 처음 만났다. 렌즈는 매우 가볍다. 가짜 AF-S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전반적인 AF 속도는 만족스럽다. 환산 화각은 1.5를 곱하면 되니 직접 곱해 보시고...

역시 D50과 함께 장난감스럽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저 렌즈캡처럼 끼워 놓고 전천후 렌즈로 사용 중. 망원쪽보다는 광각쪽 왜곡이 더 심하니, 되도록 광각으로 놓고는 사람을 항상 중앙에 놓고 찍어주실 것. 얼굴이 퍼져 나온다는 원망을 피할 수 있다.

2005년 10월 5일 수요일

Nikon D50



아는 사람들의 D70, D100들을 비롯해서 몇 몇 D-SLR들을 만져볼 기회가 있었지만, 고가의 장비들임에도 불구하고 필름이 들어가 있지 않어서인지... 항상 부담없는 장난감같은 느낌으로 D-SLR을 만나게 된다.

부담 없이 쓰기에 딱 좋은 기종이라고 생각됨. 특별히 모난 곳 없고, 가볍고... MF렌즈가 측광이 안 되서, Manual로 밖에 찍을 수 없다는 불편함을 제하고는 괜찮다.


편하게 들고 다니기 좋은 기종.

Contax Planar 2/45 T*



지금껏 써 본 렌즈 중 최고의 렌즈.


칼 자이즈 렌즈들은 그 특유의 색감과, 빨간색 T*코팅으로 유명하다. Contax G1에서 사용되는 G 시리즈 렌즈들은 모두 칼 자이즈 렌즈들이며, 그 중이 45mm렌즈는 참.. 대단하다.

렌즈를 처음 보면, 영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물렌즈도 그러하거니와, 필름쪽 렌즈도 SLR용과 달리 툭 튀어 나온 부분이 초롱초롱한 게 기분이 참 좋다. ( RF용 렌즈는 거울이 필요없는 구조때문에 필름쪽 렌즈의 구성이 자유롭다고 한다. )

더구나 전면에 빨갛게 찍혀 있는 T* 마크! 기껏 비싼 돈 주고 필터를 구했어도, 저 마크가 가려지는 게 아쉬워서 필터 안 끼우고 다니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고 들었다.


AF의 구동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바디에서 크랭크로 전달되는 구조라 소리가 좀 나고 시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Contax G 시리즈의 특성상 조리개 값이 뷰 파인더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항상 찍기 전에 조리개 값을 확인하고 뷰 파인더에 눈을 대는 게 습관이 되어야 하겠다. 물론 익숙해 지고 나면 손끝에 감이 올 수도 있다. ^^


사진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최고이다. 대체 렌즈에 무슨 짓을 해 놓은 건 지 모르겠지만, 실내부터 야외까지 맘에 들지 않는 사진이 별로 없었다. 칼라면 칼라, 흑백이면 흑백, 슬라이드면 슬라이드. 모두 편하게, 부담없이 찍어도 작품을 만들어 주었던 렌즈이다. 특히 2.0이라는 밝은 조리개값과 RF라는 특성은 실내에서 특별한 조명 없이도 1/30정도의 셔터 스피드는 무난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최고의 렌즈. 기회가 된다면 G1과 함께 다시 구해 보고픈 렌즈이다.

아울러, G28하나 구해서 스냅샷 찍으며 돌아다니는 상상도 덤으로.

2005년 10월 4일 화요일

Contax G1



Contax G1.

F3 하나만으로 꿋꿋이 버텨오던 어느 날, 카메라가 도대체 어떤 게 있나 구경을 시작하게 된다. 몇몇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던 중 Bessa 시리즈들이 저렴하게 시장에 풀려 있는 걸 발견하고, 세상엔 SLR과 똑딱이 외에 RF 카메라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RF 카메라 - Range Finder 카메라의 약자. 소위 똑딱이처럼, 대물렌즈와 대안렌즈에 맺히는 상이 일치하지 않는다. 상단의 2개의 창을 통해 들어온 화상을 이용해 촛점을 조절하고 찍는 카메라.


사실, RF 카메라는 초기 금군의 관심대상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미 SLR 하나로 잘 쓰고 있으며, RF는 대부분 스냅샷용으로 사용된다는 편견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RF계열들은 렌즈 교환식이라고 해도 망원쪽 렌즈들이 거의 없다. 더구나 대물렌즈의 상과 대안렌즈의 상이 다르기 때문에, 망원렌즈를 만들어 줘도 뷰파인더로 찍힐 상에 대한 추측을 하기가 어렵다.

내가 G1을 선택할 당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능들은,

1. 컴팩트할 것 - F3에 25-50렌즈만으로도 어깨가 휜다.

2. 찍기 쉬울 것 - 오토 브라케팅, DX 코드 지원

3. 사진이 잘 나올 것 - 카메라니까.. 당연히!

들이었는 데, 우선 3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불만족 수준이었다. 하지만 결과물들은 역시 콘탁스라는 말을 할 만큼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G1을 쓰면서 불만족스러웠던 점.

1. 크기. 무게, 재질

F3만큼 크고, 또 그만큼 무겁다. 재질도 흠집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 사용하는 사람을 신경증 걸리게 하기 딱 좋다. 나는 소프트 케이스로 감싸고, 그 위에 다시 커버를 하나 더 씌워서 사용했었다. ㅤㅅㅑㅍ에서 몇 번 만져보긴 했었지만, 직접 마운트해서 들어 봤을 때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2. 찍기 어려움.

오토 브라케팅은 좋았다만. 통상의 수동 RF 카메라와 달리, AF RF 카메라라는 묘한 태생인 G1은 뷰 파인더로 촛점이 맞았는 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MF RF카메라들은 소위 이중합치식 영상이라는 걸 이용해서 원하는 부분에 촛점이 맞았는 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Contax G1의 경우는 뷰파인더에 맺히는 상은 그저 5000원짜리 1회용 카메라들의 뷰파인더와 구조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접사나, 근접촬영시에는 결과물에 대한 구조적 불신이 초래된다.


하지만, Carl Zeiss T* 마크가 주는 뿌듯함은 대단한 것이었고, 또 45mm 테사 렌즈가 보여주는 결과물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거진 반년 가까이 충실하게 내 가방 속에 함께 했던 카메라다. 차후에 다른 포스트에서 G45 렌즈에 대해 언급하겠지만, 마치 투명한 듯 보이는 그 렌즈는 지금까지도 내 기억속에 가장 예쁜 사진들을 남겨 주었다.


나중에 스냅샷을 찍고 싶어질 때가 생기면, 꼭 다시 사용하고 싶은 카메라 0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