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7일 수요일

애플 앱 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

애플의 아이폰이 외국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을 때 귀 막고 있던 우리나라... 문이 열리고 나니 애플의 앱 스토어 때문에 다들 깜짝 놀랍니다. (혹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몰랐던 척, 놀란 척 합니다.)

애플의 파장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안드로이드가 또 옵니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 둘 다 어플리케이션을 App Store 혹은 Android Market이라는 통일된 공간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하, 그럼 우리도 App Store 만들자 하고 다들 집 짓고 앉아서 KT, SKT, LGT 앱 스토어.. .심지어 삼성 App Store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다들 아이폰의 상승세를 안드로이드가 꺾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이폰은 하드웨어 시장이 없습니다. 하드웨어는 애플에서 독점하고, OS도 애플에서 독점하고, 그 위에 어플리케이션 시장만 사용자에게 열어 줬습니다. 그 어플리케이션 시장 하나만 가지고도 세상이 뒤집어 질 것 같았는 데, 안드로이드는 모든 걸 다 열어 뒀습니다. 하드웨어도 마음대로 제조할 수 있구요, OS에 대한 커스터마이징도 열려 있구요, 어플리케이션도 마음대로 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시장을 놓고 보면... 안드로이드가 훨씬 큽니다. 안드로이드는 플랫폼 시장이 함께 열리니까요. 안드로이드를 들고 셋탑박스를 만들 수도 있고 PMP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라는 건 멀티미디어 플랫폼의 새로운 이름이 될 지도 모릅니다...

....만.

멀티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 놓으면, 멀티미디어 콘텐츠는 어떻게 하나요?

애플은 iTunes Store를 통해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음악, 영화, 드라마, 교육용 콘텐츠, 정말 무지하게 많은 콘텐츠가 iTunes Store에 들어가 있습니다. 사용자는 iTunes를 사용해서 어플리케이션부터 모든 콘텐츠까지 구매할 수 있는 1-stop service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는요?


구글에서 그런 콘텐츠 배포 서비스를 해 줄까요? 개인적으로 그건 아닐 것 같네요. 구글에서 해 줄리는 없고. 망 사업자가 해 줄 지는 모르겠지만 망 사업자가 국내에서 여태껏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배포해 온 역사를 되짚어 보면 그닥 기대할만할 것 같지는 않구요. 국내 저작권 업체가 기세등등하게 지켜 보는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개발자 혹은 회사에서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 하겠다고 나설 것 같지도 않구요.


안드로이드는 결국 또 그렇게 될 겁니다. 어플리케이션이야 Android Market을 통해서 조금 상황이 개선되겠지만 콘텐츠에 대해서는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사용자가 알아서 콘텐츠 넣기. 사용자는 CD를 사와서 ripping한 후 안드로이드에 넣어야 할 거구요. 드라마나 영화를 찾아서 각종 P2P, 혹은 웹 하드 사이트들을 헤메고 다닐 겁니다. 웹 하드 사이트 헤메다 내 컴퓨터에 묻어 오는 웜이나 바이러스는 그 부산물이구요. 콘텐츠 제작자는 1원도 못 받는 사이 웹 하드 업체, 미디어 인코더 업체들만 돈 잘 벌어 가게 될 겁니다. 사용자들은 콘텐츠 구하느라 애 먹고. 콘텐츠 제작자들은 불법으로 퍼지는 콘텐츠 때문에 돈 못 벌고.


자... 문제는 App Store가 아니라는 겁니다. 아이폰이 처음 들어올  때 아이폰... 거 뭐 있겠어? 했다가 App Store 보고 어마 뜨거라 한 사람들이 App Store에 대한 대비책만 만드느라 정신 없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App Store보다 엄청나게 큰 파괴력을 지닌 iTunes Store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iTunes Store를 통하면...  IPTV 하고 DMB가 쓰러질 지도 모릅니다.

우리 5살배기 딸내미. Apple TV를 사용해서 iTunes PodCast로 Sesame Street 봅니다. 저는 마찬가지 방법으로 Mythbuster 봅니다. 국내 IPTV... 양질의 콘텐츠를 통한 서비스 구축 어쩌구 하지만 세사미 스트리트하고 Mythbuster나오는 채널 없습디다.

애플은 이미 오래전부터 콘텐츠에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iPod로 음악을, iPod Video로 영상을 자사 서비스로 끌어들이고, Apple TV를 사용해서 그 콘텐츠를 TV에 뿌리게 하더니 이제는 좀 더 큰 화면에서 편하게 보라고 iPad를 내 놓고 전자책까지 그 안에 끌어 들였습니다.


안드로이드 마켓이 과연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흡수할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큰 차이 때문에 안드로이드로는 가지 않을 겁니다. 물론, 업계에서는 아이폰보다 안드로이드가 돈 벌 거리가 더 많으니 안드로이드로 움직이려고 하겠지만요.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든 간에. 그 방향을 좀 제대로 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App Store가 공공의 적이 아니고 그 뒤에 있는 엄청나게 크고 무시무시한 아빠 격인 iTunes Store가 있습니다.


다들 App Store만 바라보고 App Store만 제끼면 스마트폰 혹은 멀티미디어 단말에서 1등 먹을 줄 알고 있는 상황이 답답해서 몇 자 적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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