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8일 월요일
iPhone 3GS. 국내 출시는...통신사와 애플의 싸움.
어제 밤샌 분들 꽤 있을 거다. 아직 우리 주변에는 WWDC라고 하면 그게 뭐 예전 WWF하고 비슷한 거냐고 물어보실 분들도 많겠지만, 또 그만큼 애플의 제품들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아졌다. 나도 불과 2,3년 전만해도 WWDC가 뭔지 모르고 살았으니까. 어쨋거나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 미국에서 WWDC 가 열렸고, 3세대 iPhone인 iPhone 3GS가 발표되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기대와 성원에도 불구하고 (밤새 twitter 및 온라인 쇼를 지켜보느라 고생하셨던 분들께 애도를...) iPhone3GS는 이번에도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 아.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2년동안 iPhone을 목빠지게 기다렸다가 불과 한달 전에 Xperia를 구입한 지라 내심 iPhone이 발매되지 않기를 바랬었다. iPhone이 발매되면 Xperia를 어떻게든 처분하고 다시 iPhone으로 옮겨 가야 하는 데... 그게 참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든 일이 될 것 같아서. 여튼 덕분에 큰 짐 덜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앞으로도 iPhone의 출시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iPhone의 출시가 어려운 이유는 미국과 우리 나라의 핸드폰 시장이 다른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고. 국내 통신사들은 과거와 달리, 또는 외국의 경우외 달리 핸드폰 보조금을 부담하는 데 그닥 적극적이라고 느끼지 못 하고 있다. 간단한 예로 옴니아의 경우, 국내에서는 출고가가 거의 100만원을 호가하였으며 지금도 어디 가서 하루 종일 발품팔지 않는 다음에야 5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 50만원도 그냥 50만원이 아니고 2년 약정에 요금 약정에 서너달 정도씩 사용해야 하는 두세가지의 부가서비스를 포함한 가격이 그렇다. 지금 구글에서 omnia verizon price를 한 번 넣어 보면, $200 정도의 가격으로 나온다. 이게 08년 12월 가격이 그렇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출시가 많이 늦었던 점은 있지만 그렇다 해도 6개월 전에 외국에서 $200불에 팔리던 기계가 우리나라에서 50만원에 팔린다는 건 좀 우습지 않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 데 초기가는 아마 $250불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국내에서는? 초기 출시가가 95만원 정도 되었을 거다. 그나마도 삼성에서 출시가 100만원 밑으로 내려야 한다고 SKT하고 협상해서 100만원 밑으로 내려갔다고 들었다. 그 95만원도 별의별 약정이 다 들어가야 가능한 가격이었고. 우리 팀에서도 테스트/개발용으로 옴니아 세대를 구입했는 데 아마 2년 약정 전화요금 약정, 몇 가지의 서비스 약정 포함해서 80만원 이상씩 줬던 걸로 기억한다.
자... 그럼 여기서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기계 값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국내/국외 시장에 대한 삼성의 가격정책이 다르다고는 해도 국내에서 100만원 출고하는 기계를 외국에 50만원에 팔지는 않을 거다. 약간 싸게 판다고 가정해서 80만원에 팔았다 치자. 국내 100, 국외 80.
그런데 국내에서는 같은 기계가 95만원, 미국에서는 30만원에 팔린다. 그럼 그 차액은 누가 지급하는가? 통신사가 지급한다. 통신사에서 2년동안 우리 회사를 사용해 주시면 좋은 기계를 싸게 드리겠습니다 - 하고 싸게 내 준다는 말이다. 이 통신사 지원금이 국내는 5만원. 국외는 50만원이 된다. 10배 차이다.
다시 아이폰으로 돌아가자. 아이폰은 국외에서 약 30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팔렸다. 용량이 큰 것들은 약 50만원 정도 까지 올라갔던 걸로 기억한다. 외국에서 나온 폰이라 정확히 출고가가 얼마일 지는 모르겠으나 성능이나 애플의 가격정책을 고려해 볼 때 결코 옴니아보다 많이 저렴하지는 않을 거다. 대략 30-50정도의 보조금이 통신사에서 지급되었을 거라 생각할 수 있겠다. 국내에서 저런 가격의 보조금을 지급해 가면서 아이폰을 도입한다면? 난리날 거다... 삼성, LG를 비롯한 핸드폰 제조사들이 왜 우리는 저 가격에 보조금 지원 안 해 주냐고...
통신사는 저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할 경우 타 기업들까지 지원해 줘야 하므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게 될 테니 안 한다.
그럼 다시 애플의 문제인 데. 애플은 자사 제품의 가격이 싸야 잘 팔리니까 당연히 통신사에 보조금을 요청한다. 애플은 삼성, LG처럼 기계만 파는 게 아니라 자사 제품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팔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기계를 많이 팔아야 하고 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다. 모델도 하나 밖에 없어서 이거 안 팔리면 저거 팔고식의 장사도 어렵다. 더구나 세계 각국에 출시된 가격이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 통신사에서는 보조금 왕창 받고 어느 나라 통신사에서는 보조금 안 받고 뭐 이런 식으로 장사하기도 어려울 거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결국 통신사-애플간의 보조금 전쟁이 국내에 아이폰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WIPI? App Store? MP3 문제?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국내에서 예전같이 핸드폰에 대한 보조금이 확대되지 않는 한 아이폰을 국내에 들어오기 힘들 거다.
만일 아이폰이 들어온다면...? 들어오는 방법은 보조금 지급인 데 보조금 지급할 경우 다른 제조사들도 보조금 달라고 뺵빽댈거고 건너편 통신사들은 불법 보조금이라고 빽빽댈거니까... 아마 보조금 지급의 형식으로는 어려울 거고, 말도 안 되는 약정 요금제 하나쯤 더 만들고 기계 할부값 끼워서 팔지 않을까 싶다. 이 방법이 아니라면 어느 통신사든간에 정말 큰 결단을 내리는 거겠지... (그런 통신사가 있을까?)
그니까 도입은 어렵다는 데 한 표.
아.. 국내에 보조금 문제때문에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그래서 보조금 다시 올리면 안 된다고? 보조금은 물론 핸드폰 갈아타기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일부 미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조금이 없어진 다음에 좋아진 게 뭐가 있나? 통신사들은 보조금 대신 쇼킹스폰서니 뭐니 허울만 좋은 요금제들을 내세워 사용자들이 폰을 많이 쓰게 만들려고만 혈안이 되어 있고, 기본요금은 인하되지 않았으며 데이타 요금제는 어이없는 가격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보조금이 없어졌으면 그 보조금만큼 사용자에게 좋은 게 있어야 하는 데 결국은 그 동결된 보조금 그대로 통신사의 수익으로 들어가 버리지 않았나?
어차피 고객들 돈을 빼 갈려고 맘 먹고 있다면, 보조금이나 풀어서 원하는 폰 맘껏 쓰게 해 달라는 말이다. 말도 안 되는 WM폰 가져다 놓고 반품 받아 주느라 고생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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