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로써는 힘빠지는 이야기겠지만, 사실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고 모르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제는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 봐도 소용없다. 결국에는 제품에 사용할 내용물 (음악, 영화, 책, 기타등등) 즉, 컨텐츠를 쥐고 있는 놈이 이길 수 밖에 없다.
컨텐츠 시장이 열악한 국내 환경에서는 참 힘빠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아이리버에서 제 아무리 좋고 멋진 MP3 플레이어를 만들어도, 삼성에서 아무리 좋은 전자책 ( e-book reader )를 만들어도, mp3 플레이어에 넣을 mp3 파일을 구할 수가 없다면, 전자책 뷰어에 넣고 볼 전자책이 없다면 그 멋진 제품들은 사용처가 불분명한 정크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애플이나 아마존등 미국의 업체들은 이미 대부분 전자 컨텐츠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애플은 알려진 바와 같이 iTunes Music Store, AppStore 등을 통해 자사의 mp3 플레이어를 위한 음악 파일, 영상 파일, 혹은 게임등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자사가 보유한 컨텐츠 (책) 들을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서 자사의 전자책 뷰어인 Kindle 에서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iPhone/ iPod Touch용 어플리케이션까지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를 좀 보자. 당신이 진짜 멋지고 비싼 Haptic 혹은 옴니아 핸드폰을 새로 구매했다고 하자. 옴니아의 경우 Windows Mobile 6.1을 OS로 사용하고 있어서 프로그램을 구입하여 핸드폰에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어디서 어떻게 구매해야 할까? 삼성은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방법은 제시하지 않는다. 제품을 만들었고 제품에 원하는 서비스를 추가할 수는 있지만, 서비스를 어떻게 어디서 어떤 방법을 추가하는 방법은 사용자가 스스로 알아가야 한다. 삼성은 또 아마존의 킨들과 유사한 e-book reader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e-book reader안에 넣어야 하는 e-book을 어떻게 제공할 지에 대한 언급은 아직 없다.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스캐너로 스캔해서 e-book을 만들어서 넣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제조업체는 이제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 전 닌텐도 (일본의 게임기 업체)에서 만든 게임기를 공식석상에서 언급해서 한국형 게임기... 어쩌고 하며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이 후 한국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인 ETRI에서 한국형 게임기와 SDK를 먄들어 배포하겠다고 나섰다. SDK의 발표는 3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던 그 날부터 개발을 시작했다고 생각해도 6개월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게임기와 SDK를 모두 만들어 배포하겠다는 엄청난 계획에 대해서는 뭐... 엄청난 수의 개발자들이 달려들어 6개월 내내 밤샘작업하면 가능하다고 일단 생각해 두자. 하지만 과연 ETRI가 만든다는 한국형 게임기의 컨텐츠는 누가 어떻게 만들어 배포하게 될 지 많이 궁금할 뿐이다. ETRI 에서는 이전에도 한국형 RTOS 및 개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배포한 적이 있다. 약 3-4년쯤 전인 듯 싶은 데 과연 지금 그 RTOS를 사용해서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가 단 한 개라도 있을 지 궁금하다.
인터넷 보급율은 세계 2위 (3위였던가?) 정도 되고. 전 국민들은 핸도폰을 손에 들고 어디에서든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여튼 뭔가 네트워크 안에서 열심히 소비를 하고 있고 또 하려고 하고 있는 데, 정작 사용할 서비스가 없다는 건 참 허탈한 일이다. 제조업으로 흥한 나라라고는 해도 언제까지 제조업 마인드에만 잡혀 있다가는 앞선 나라와 격차만 벌어질 뿐인 데...
오늘 아마존에서 kindle e-book 하나 구매하려다가, "귀하의 국가에서는 구입하실 수 없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고 살짝 짜증난 김에.... 그냥 길게 풀었다.
아.. 킨들 이북을 아이팟 터치에서도 볼 수 있나보군.
답글삭제내가 사서 보내주께. 뭐 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