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2일 일요일

지휘자 정명훈과 관련된 이야기.


레디앙 블로그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 지 잠시 멍해졌다.

저 글은 유명한 지휘자인 정명훈씨가 국립 오페라단 해체 반대 서명운동을 받으러 온 '어떤 사람'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는 자기들이 신념을 가지고 정명훈씨의 도움을 요청하러 갔지만 정명훈씨는 도움도 주지 않았을 뿐 더러 자신 (어떤 사람)을 비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명훈씨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내용 또한 악의적이다.

무서운 건, 많은 사람들이 저 글을 읽고 함께 분노하면서 정명훈씨를 비난하고 있다는 데 있다. 내 견해로는 저 정도의 글은 인터넷 상에서의 테러다. 단순히 그의 의견이 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 외에는 정명훈씨의 행동에 그렇게나 많은 비난을 받을 정도의 잘못된 부분이 있는 지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다.
 
저 글은, 정명훈씨가 자신의 의견에 동조했어야 했다고 강하게 항변하고 있다. 저 글의 목적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은 정명훈씨에 대한 비난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만일 내게 저 사람이 와서 서명해 달라고 했을 때 싫다고 했으면,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의 양심에 비추어 그릇된 행동을 한 데 대해 똑같은 글이, 이름만 내 이름으로 바뀐 채로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지.

정명훈씨는 글의 작성자의 의견에 동의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물론 글의 작성자는 그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을 수도 있고, 그 기대가 무너져서 허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의 작성자는, 정명훈씨가 국립 오페라단 해단에 대한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에 대해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 그건 의견의 차이니까. 그가 촛불 시위에 대한 의견을 밝힌 데 대해서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건 그의 의지이고 그의 견해이니까. 그는 촛불시위에 옹호적인 인물이어야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국립오페라단의 해단에 대해서 옹호적이어야만 하는 사람도 아니다. 왜 그가 그의 의견을 밝힌 데 대해서 그토록 분개하는 지, 그토록 악의적으로 비난을 하는 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글은 사실을 상당히 그럴싸 하게 포장하면서 촛불시위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이용하고, 전혀 무관한 주성영의원의 이름을 덮어서 정명훈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 글은 악의적인 비난이다.

저 글을 쓴 사람은 단 수시간만의 면담만에 정명훈씨를 "그는 권력자의 그늘 아래 안거하면서, 그가 나눠주는 달콤한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세상의 어두운 구석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우리 시대가 만든 신화의 슬픈 이면이었다. " 라고 해석해 냈다. 단 수시간만에 저렇게나 완벽하게 다른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그 (혹은 그녀)의 능력이 놀랍다. "가장 강력한 지원을 기대했던 정명훈을 통해 전원해고 사태를 가능하게 했던 문화 통치자들의 사고의 핵심을 오히려 들을 수 있었다." 이 말에서 볼 수 있듯이, 그 (혹은 그녀)는 완벽한 지지를 원했던 이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데 대한 분노를 이 글에 표출하고 있다.

이 글은 단순한 분노의 표현일 뿐이다.



그런데, 저 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정명훈씨를 비난하고 있다. 그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출처도 알 수 없고 저자도 알 수 없으며 정확한 사실은 한 가지도 담고 있지 않은 글을 인터넷 여기저기로 퍼 나르며 정명훈을 욕하느라 정신이 없다. 저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비난하고 매도하는 게, 너무 쉽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져서 참 놀라울 따름이다.


*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저 글에 대한 토론을 봤다. 정명훈이 과거 프랑스에서 노조의 도움을 받았었기 때문에 우리 나라 노조의 요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생각보다 많은 걸 보고 또 놀랐다. "사회적 연대"라는 표현을 쓰면서 정명훈씨가 그 요청을 거부한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이라고 한다. 사회적 연대는 만능 조커라느니 국제적 연대라느니...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작은 일에 너무 어거지로 큰 대의를 가져다 붙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지.

댓글 4개:

  1.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계집애들아. 라고 부르는 것 또한 비난 받지 말아야할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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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흐음- - 2009/03/23 18:04
    적어도 저 글에 의거해서는 비난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 글은 너무 주관적이고 악의에 차 있어서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감정인 지 알 수가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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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도 방금 기사를보고 이와 관련해서 검색하던차에 들어와 글남깁니다..



    분명 블로거님의 말도 제법일리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인된 입장에서 말이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됩니다.



    정명훈씨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서명을 해달라며 찾아왔고 정명훈씨는 자신의 의견이 다르라고 했을 뿐인데

    서명을 해주지 않은것에 분노해서 일종의 보복행위로 사이버테러를 한다라고 하셨는데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정명훈씨는 자신의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면 정중히 설명하고 돌려보냈어야 마땅했습니다.



    기사내용에서처럼



    '그 사람들이 얼마나 노래를 잘하기에 구해야하느냐?'



    라는 식의 공인으로서 자제해야할 발언을 서슴치 않으셨고,



    더불어 그 상황에서 전혀 관계없는'촛불시위'까지 들먹이며 비난했습니다.



    이것은 정명훈씨가 자신의 입장이 다름을 밝히고 찾아온 사람들을 그냥 돌려보냈다라고만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명훈씨가 찾아온 사람들에 대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얼마나 노래를 잘하기에...'라는식으로 깔보고, 비난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정명훈씨 정도의 공인된 입장에서라면 아무리 사석에서라도 저런식의 발언은 자제했어야한다고 보입니다.



    물론 정명훈씨도 사람인이상 피곤하던차에 별로 상대하기 싫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서명을 해달라고 하니

    화가날법도 합니다.. 하지만 정명훈씨는 공인이죠...



    만약, 저 당시에 정명훈씨가 상대방을 존중해가며 자신의 다른 의사를 밝히고 돌아가줄 것을 요구했었더라면

    지금 이와 같은 기삿거리를 만들어 낼 수도 없었을겁니다..

    그리고 비난받을 일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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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덧붙여서... 저역시 일부 사람들이 "사회적 연대"어쩌구 하면서 말도 안되는 논리로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 역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레디앙 블로그에 글 올리신분도 그런 쪽에 가중치를 좀 더 두고 글 쓰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정명훈씨를 옹호할 수도 없는 사건이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찾아온 사람에게 비난하며 모욕을 준 정명훈씨나 그러한 정명훈씨를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만 가지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둘다 똑같은 수준의 사람입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똥 뭍은 개가 겨 뭍은 개 나무라는 식'이죠.



    여튼 잘못된 논리로 남들따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도 참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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