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앙 블로그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 지 잠시 멍해졌다.
저 글은 유명한 지휘자인 정명훈씨가 국립 오페라단 해체 반대 서명운동을 받으러 온 '어떤 사람'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는 자기들이 신념을 가지고 정명훈씨의 도움을 요청하러 갔지만 정명훈씨는 도움도 주지 않았을 뿐 더러 자신 (어떤 사람)을 비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명훈씨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내용 또한 악의적이다.
무서운 건, 많은 사람들이 저 글을 읽고 함께 분노하면서 정명훈씨를 비난하고 있다는 데 있다. 내 견해로는 저 정도의 글은 인터넷 상에서의 테러다. 단순히 그의 의견이 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 외에는 정명훈씨의 행동에 그렇게나 많은 비난을 받을 정도의 잘못된 부분이 있는 지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다.
저 글은, 정명훈씨가 자신의 의견에 동조했어야 했다고 강하게 항변하고 있다. 저 글의 목적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은 정명훈씨에 대한 비난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만일 내게 저 사람이 와서 서명해 달라고 했을 때 싫다고 했으면,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의 양심에 비추어 그릇된 행동을 한 데 대해 똑같은 글이, 이름만 내 이름으로 바뀐 채로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지.
정명훈씨는 글의 작성자의 의견에 동의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물론 글의 작성자는 그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을 수도 있고, 그 기대가 무너져서 허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의 작성자는, 정명훈씨가 국립 오페라단 해단에 대한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에 대해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 그건 의견의 차이니까. 그가 촛불 시위에 대한 의견을 밝힌 데 대해서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건 그의 의지이고 그의 견해이니까. 그는 촛불시위에 옹호적인 인물이어야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국립오페라단의 해단에 대해서 옹호적이어야만 하는 사람도 아니다. 왜 그가 그의 의견을 밝힌 데 대해서 그토록 분개하는 지, 그토록 악의적으로 비난을 하는 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글은 사실을 상당히 그럴싸 하게 포장하면서 촛불시위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이용하고, 전혀 무관한 주성영의원의 이름을 덮어서 정명훈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 글은 악의적인 비난이다.
저 글을 쓴 사람은 단 수시간만의 면담만에 정명훈씨를 "그는 권력자의 그늘 아래 안거하면서, 그가 나눠주는 달콤한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세상의 어두운 구석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우리 시대가 만든 신화의 슬픈 이면이었다. " 라고 해석해 냈다. 단 수시간만에 저렇게나 완벽하게 다른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그 (혹은 그녀)의 능력이 놀랍다. "가장 강력한 지원을 기대했던 정명훈을 통해 전원해고 사태를 가능하게 했던 문화 통치자들의 사고의 핵심을 오히려 들을 수 있었다." 이 말에서 볼 수 있듯이, 그 (혹은 그녀)는 완벽한 지지를 원했던 이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데 대한 분노를 이 글에 표출하고 있다.
이 글은 단순한 분노의 표현일 뿐이다.
그런데, 저 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정명훈씨를 비난하고 있다. 그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출처도 알 수 없고 저자도 알 수 없으며 정확한 사실은 한 가지도 담고 있지 않은 글을 인터넷 여기저기로 퍼 나르며 정명훈을 욕하느라 정신이 없다. 저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비난하고 매도하는 게, 너무 쉽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져서 참 놀라울 따름이다.
*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저 글에 대한 토론을 봤다. 정명훈이 과거 프랑스에서 노조의 도움을 받았었기 때문에 우리 나라 노조의 요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생각보다 많은 걸 보고 또 놀랐다. "사회적 연대"라는 표현을 쓰면서 정명훈씨가 그 요청을 거부한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이라고 한다. 사회적 연대는 만능 조커라느니 국제적 연대라느니...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작은 일에 너무 어거지로 큰 대의를 가져다 붙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