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4일 화요일

취미 생활


땅이 크고 사람이 많으면, 뭔가 할 일이 많아지는 걸까? 한국에 비해 미국이란 나라는 취미를 가지고 살기가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추어 무선에 의욕적으로 덤볐던 3년 전, 결국 정보 부족과 실력 부족으로 그 취미를 접어야만 했을 때, 외국에 있는 잘 만들어진 사이트들을 보면서 한숨만 푹푹 내 쉬며 아쉬워 했던 기억이 있다.

어쩌다 만져 본 아버지의 F3 로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사진이란 게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알면서 즐거워 했었고, 그 즐거움은 네가티브, 슬라이드 필름, AF, 노출보정, 브라케팅... 등등으로 이어진다. 얼추 사진이란 것에 맛을 들이게 되면서 아침, 저녁 시간의 빛이 주는 즐거움을 위해 워크샵 가서도 새벽에 혼자 일어나 바닷가로 나가서 아침 일출을 찍고 오고, 휴일 새벽에 양수리까지 1시간 반을 달려 가서 10분의 일출을 보고 다시 한 시간 반 돌아 오는 열정들도 가지게 되었다.

동호회 활동 하는 사람들도 보면... 스튜디오에 모델까지 섭외해서 촬영을 나가는 가 하면, 주산지, 우포늪등의 장거리 출사도 무박 2일로 다녀오는 열정들을 가지고들 산다.


하지만.. 사람이 적어서일까, 아니면 아직 취미생활 이라는 게 우리네 삶에는 사치스러워서일까. 정작 35mm 필름을 벗어나면 국내에는 활동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더구나, D-SLR이라는 게 유행병처럼 번져나가면서, 사진의 최고봉은 D-SLR이고, 무조건 밝은 렌즈를 사서 끼워야 한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아쉽다. 바디와 렌즈들로 돈 천만원을 집어 넣어 놓고는, 결국 똑딱이 카메라보다 들고 다니는 횟수가 적어서 '1년 동안 2번밖에 마운트 안 해 봤고 한 장도 안 찍어 봤어요' 라고 써서 중고 장터에 내 놓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아마도 부끄러울 텐데. 부끄러움보다 만원 한 장 더 받는 게 중요한 건지.



위에 붙어 있는 사진은 소위 view camera라고 불리는 카메라다. 결혼식장이나 웨딩 촬영 가면 645급 카메라와 함께 많이 볼 수 있는 카메라. 나는 그저 스튜디오용 카메라고, 대형 필름에 찍어서 화질이 조금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아 버렸다. 하지만 kenrockwell.com에서는 사진의 절정으로 표현하고 있는.. 진짜사진기란다. 실제로 그사이트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산이나 바닷가에서 저 카메라를 큼직한 삼각대 위에 세워 놓고 사진찍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많이 나와 있다. 사진은 정말 예술로 잘 나온다고... 마치, 네가티브를 보다가 슬라이드를 처음 현상해 본 그런 느낌이상으로 좋다는 말들. 필름 사이즈가 이미 4x5인치 크기라서, 4x6사이즈의 인화물과 크기가 비슷해져 버린다. 정말 필름 자체가 그 결과물인 상태다. 35mm의 선예도.. 칼같은 쨍함... 웃기는 얘기다. size does matter. 4x5인치를 300dpi드럼스캔해 버리면 세상 어느 d-slr도 절대 따라오지 못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라이카 클럽에서만 저 카메라들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있었다.  D-SLR이 판을 치기 시작해서, 구색 맞는 장비를 갖추고, 칼같은 선예도에 궁극의 화이트 밸런스를 가진 장비와 렌즈들을 돈 천만원씩 들여서 사진을 찍는다는 사람들도, e-bay에서 중고가 50만원이면 바디, 렌즈, 삼각대까지 모두 구할 수 있고, 필름도 장당 15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아직 찾아 보지 못했다.



사는 게 살만해 지다 보니, 더불어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내 어릴 적보다는 취미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음악감상, 독서 일색이던 취미란에, 사진, PDA, 컴퓨팅 등의 단어들이 새로 등장하고 있는 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쉽게 시작하고 쉽게 포기하는 취미들이 아니라, geek이라 불릴 수 있는 사람들, 대가라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싶다. 캐논이 좋다 니콘이 좋다, 콘탁스 색감은 니 머릿속에만 있는 거다 라면서 35mm, 혹은 그보다 더 작은 공간안에 갇혀진 이미지들, 혹은 그 브랜드에 대한 충성을 다 하기 위해 논객으로 활동하는 사람들 보다, 자기 집 방 한 칸이라도 자기 작품으로 전시할 만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취미의 기둥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슬라이드 필름. 이제 겨우 40여통, 1200장 정도 찍었다. 필름북 뒤적이면서 내가 찍은 좋은 사진들 앞에 놓고 사진에 대해 주석 한 줄 붙일만큼의 수준이 되었으면 한다. 30년 된 바디라도 구해서, 아침에 뜨는 해를 만나기 위한 5분을 위해 하루를 투자할 수 있을만큼. 그런 열정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일이든, 취미든, 생활이든.




주말엔 환등기 다시 한 번 돌려 볼란다.

댓글 2개:

  1. 쌀나라에 취미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삶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지. 대충 아무거나 해도 먹고 사는데는 지장없거든. 이건 무서운 세뇌교육의 영향으로 생각되는 건데, 얘네는 어릴 ㄸㅒ 국가관을 포함한 몇 가지를 세뇌시키는 거 같애. 그 중 하나가 직업에 귀천은 없다.



    이런 세뇌가 잘 되다 보니, 도시생활 및 출세에 대한 욕심이 어릴 때 거세된 소시민이 양산되는 거지. 사실 그럴만도 한게, 1등 안해도 충분히 지역 사회에서 먹고 살 수 있거든. 지역사회에서 자리 잡으면 일이 빡빡한 것도 아니고, 다섯시에 퇴근, 주말엔 놀고...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포함한 여가생활이 창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거지. 아무 것도 안하면, 너무 심심하니까.



    그래서 쌀나라의 취미는 말 그대로 "여가생활"이란 느낌이 강하더군. 가끔 사냥용품 사러 나온 사람들 차를 보면 굴러가는 게 신기한 픽업트럭. 그런 사람들도 삶을 즐기는 게 가능한 문화가 되어 있다는 게 놀랍지. 접근 방식도 다른 게, 한국의 취미생활은 없는 시간 쪼개어 하는, 부지런한 소수의 전유물인 반면 여기는 대부분의 시간 남는 사람들이 하는 거니까. 결과는 한국은 취미생활"도 열심히" 해서 geek이 되고 쌀나라는 시간 남아 하다보니 도가 트고. 한국은 초보는 부끄러워하지만 (부지런하지 못했으니까) 쌀나라는 초보도 당당하고.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으이.



    한국 사람들.. 대단한 거야. 울 나라 사람들은 주 60시간 가까이 일하면서 취미까지 즐긴다구. 게으른 미국 애들은 꿈도 못 꿀 얘기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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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리 쌍둥이 형제, 만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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