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5일 일요일

사진들.

제법 사진들이 많이 쌓였다. 요새 나름대로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고 있는 중이라... 어제도 서울에서 필름을 한 가득 사서 오긴 했다만. 실습할 시간(^^;; ) 이 부족해서 늘상 아쉽다. 올 해가 가면 조금 더 많은 사진들을 찍고 즐거워할 수 있을 지.

우연히 환등기 하나를 구했다. 전진만 되고 후진 기능은 고장났고, 딱 보기에도 연식이 상당해 보이는 놈이라 거의 거저로 얻어온 물건이긴 한 데. 일단 승환이 방에 설치해 놓고 몇 번 눌러 보니 벽에 펼쳐지는 화면이 제법 마음에 든다. 기껏해야 4x6 인화물이나, 라이트 박스에 루뻬로만 들여다 보던 세상하고는 또 다른 모습이다.


한동안은 슬라이드 필름과 흑백 필름만 써 볼 생각이다. 어차피 대량의 인화를 목적으로 하는 사진도 아니고. 나 혼자 보고 나 혼자 즐거워할 수 있으면 충분하니까, 네가 필름은 필름 자체로 감상이 불가능한 데다가 한 번 볼려면 스캔/ 인화 등의 작업이 두 세번 더 들어가야 하는 관계로 잠시 접어 두고.

현상 하자 마자 영롱한 빛깔을 울려 주는 슬라이드 필름으로만 찍어 볼 생각이다. 다만, 값이 비싸서 -_- 다들 좋다는 E100vs를 구해 보려 했으나 롤당 7~8000원 정도 나오는 가격에 허걱하고 물러났다. 한 장에 200원이라.

찍고, 현상하고, 마운트하고, 환등기에 물려 보고. 좋으면 스캔해서 온라인 인화에 맡기고. 즐거운 패턴일 것 같기는 하고. 흑백은 어제, 문득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일포드 400으로 일단 4 롤 구해서 F3에 끼워 주긴 했는 데. 36방짜리라 어느 세월에 다 찍을까 싶기도 하다. 다행시 400이라 저녁시간대에도 셔터 스피드 확보가 용이해서, 퇴근길 밤 사진들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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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카메라를 만지기 시작했을 때, 결혼식, 회사 모임, 성주하고 놀러 다니는 등으로 사진을 찍을 기회가 많았던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때 별 일 없어서 오오 F3 라고 감탄만 하고 찍어보지 못 했으면 난 아직도 캐논 A70으로 찍은 사진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진인 줄 알고 있었을 거다. 좋은 카메라는 좋은 사진을 찍을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많들어 주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다는 게 참 고맙다.

F3라는 좋은 카메라를 구해 놓고 아들이 만져볼 기회를 주신 아버지에게도 감사하고.. (아버지 여기 자주 들르신다고 써 놓은 아부성 발언 아님;; )

그리고, 언제든 카메라를 들이 밀어도 귀찮거나 싫은 내색 없이 다소곳이 자세를 잡아 주는 성주가 더욱 고맙다. 이젠 성주도 제법 이력이 생겼는 지, 지난 번 교원대 기숙사 앞에서 찍은 사진은 제법 앉은 자세가 품이 난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한 가지의 재주밖에 아직 익히지 못하였지만, 즐길 수 있는 재주 하나를 더 배워서 즐겁다.








성주는 매일 애들 대학 보내느라고 고새하는 데 나만 놀고 먹는 얘기하려니 조금 미안하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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