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8일 수요일

통신/ 방송 융합의 시대. DTV는 어디로?

Triple Play 라는 말이 한참 돌더니 잠시 수그러 든 분위기다. 방송, 인터넷, 전화의 세가지 서비스를 묶어서 제공하겠다는 Triple Play. 과거의 서비스들이 방송은 지상파 혹은 케이블, 전화는 유선, 인터넷은 ISP 업체에서 제공했었다면, 이미 전화와 인터넷 혹은 인터넷과 케이블 방송은 거의 묶여서 제공되기 시작했고, 그 중 통신사업자(Telco)들이 방송시장에 뛰어 들면서 이 세가지를 묶어서 한 판에 서비스하겠다는 취지를 내고 있다.

Triple Play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건 역시 Internet의 발달이다. 기존에는 방송을 송출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장비나 혹은 위성 방송장비, 케이블 Headend가 필요했었지만, 이제는 성능 좋은 서버급 컴퓨터에다가 방송 장비들을 물려 놓고 Internet으로 접속해서 볼 수 있으니까. 기존에 MBC를 보기 위해서 채널을 전환하면 MBC에서 송출하는 방송 주파수에 맞춰서 방송을 수신했다면, 이제는 인터넷 서버에 접속해서 MBC의 방송을 전송받아 화면에 보여주면 되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기술의 전환이 일어나는 거다. 이렇게 인터넷 기반의 TV서비스를 소위 IPTV 라 부른다. 통신사업자가 방송에 뛰어드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다.

문제는 역시 Contents. 방송에 대한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지상파 디지털 방송, 위성방송, 케이블 HD 방송, 심지어는 돌아다니면서 TV 보라고 DMB까지 서비스를 해서 온갖 기술과 매체를 동원해서 방송을 볼 수 있는 길은 뚫어 놓았지만, 대부분의 방송물들이 4개 방송국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별로 볼 게 없다는 말씀. 볼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다양해 졌지만 정작 볼 게 없다는 희한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메이저 방송사(지상파 방송사)들은 아주 대단한 특권과 힘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방송기술들이 애타게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을 요청하게 되었으니.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자기네 광고 수입과 직결되는 방송물들을 순순히 넘겨 줄 리 만무하다. 지상파 DMB의 경우는 공공서비스라는 협박과 회유에 의해 겨우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을 허락받았지만, 글쎄, IPTV의 경우는 아마도 불가할 거라고 본다.

자... 이 상황에서 문제를 되짚어 보면,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서 다양한 매체들을 개발, 사람들이 TV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열어 준다고 해도, 정작 볼 것이 없어서 기술이 죽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 참 묘한 게, 핸드폰 같은 경우는 기술이 발전하면 단말기가 좋아지고 단말기가 좋아지면 사람들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오호 통재라. 가입자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게 아니고 광고수익으로 살아가는 방송사는, 발전되는 기술을 그렇게나 열심히 적용할 이유가 없어지는 거다.

간단히 생각해 보자. DTV가 국내에 소개된 지 어언 10여년째. 과연 DTV의 기술은 발전하고 있는가? 단순히 고화질에 5.1채널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DTV의 기능은 DTV의 초기시절부터 지금까지 완벽하게 동일하다. DTV가 되면서 다양한 Data Service가 가능해졌지만 그 서비스들을 적용하는 것보다 좋은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게 광고를 더 확실히 끌어 올 수 있으니 그런 기술들이 적용될 리 만무하다.

결국 DTV 제조사들은 방송과 관련된 기술들은 포기한 채 오로지 화질로만 승부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LG전자의 타임머신은 방송기술과 무관하게 순수 Application으로 성공한 참 찾기 힘든, 대단한 사례라 하겠다. DTV가 더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뚝심으로 신기술을 적용해 낸 사례.

DTV는 물론 보기 위한 장비니만큼 큰 화면, 선명한 화질이 제품 선택의 1순위일 게다. 하지만, DTV는 큰 화면과 선명한 화질만이 전부가 아니다. 데이타 방송만 제대로 되도 날씨 정보를 얻기 위해 기상청 서버에 접속하거나, 프로그램 정보를 찾기 위해 신문을 뒤적이는 일. 교통정보를 위해 매시 50분마다 교통방송을 켜야 하는 불편함들이 일시에 소거될 텐 데. 글쎄, 방송사들이 과연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런 지. 방송사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려 하지 않는다면, DTV 제조업체는 과연 뭘로 먹고 살아야 할런 지.

지금 이 배의 방향이 어디일 지,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