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31일 화요일

Velvia 50 단종



후지필름이 오늘자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한다. 일본 본사에서 많은 인원의 감축이 예고되었으며, 일부 필름의 단종도 예고되었다. 그 중 하나가 Velvia 50. 다른 Velvia 시리즈의 단종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얼마전 Reala 에서 유제변경으로 인해 색감이 달라지는 바람에, 많은 사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기도 했던 후지필름이, 결국 아날로그 사업의 역량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뒤늦게 필름의 재미에 합류한 사람으로써 안타까운 일일 수 밖에. 일단 벨비아 6롤 주문 넣었음. 단종이 확실해지면 몇 롤 더 사다가 냉동실에 쟁여놔야겠다. 셔터 스피드 확보가 너무 힘들어서, 아침 일출 촬영 한 번, 대학로에서 한 번 딱 두번 썼지만 그 선명함에 입을 다물 수 없었는 데. 제주도에서 신나게 눌러 주고 와야겠다.


진위는 확인할 수 없지만 핫셀블라드도 아날로그를 단종시킨다는 소문이... 에구에구.

2006년 1월 25일 수요일

Luminarie

오후 세 시.

드디어 회사에서의 큰 건 하나를 마치고. 오늘은 좀 시간이 남겠거니 싶어 카메라를 싸 들고 회사에 오긴 했는 데, 어딜 갈 지는 아직 미정인 상태. F3에 MD-4까지 들고 왔으니 짐이 이만 저만이 아닌 데, 차까지 끌고 어딜 갈 수 있을까. 한강의 다리들. 선유도. 혹은 남산. 기타 등등. 여러 가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선뜻 맘이 내키지 않는다. 작년 말일에 청계천에서 빛축제하는 걸 본 적은 있는 데. 그 때는 낮에 가서 미처 불 켜진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오늘 퇴근길에 한 번 들러 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결정.

우연히 시청 근처까지 동행하게 된 회사 사람들 셋과 서울 시내를 종을 질러 시청에 도착한 게 대략 7시 정도. 시청으로 목적지를 정한 이후 내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주차 문제는, 운 좋게도 교보빌딩 뒤의 공영 주차장에 마지막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해결. 7시 이후에는 무료였고, 내가 도착한 건 6시 50분이라 10분 차로 천원을 더 지불해야 했으나, 저녁 시간의 시청길가에 주차를 무사히 성공한 판에 그것까지 바랬다면 정말 도둑놈 심보겠지.

이달 말일까지 진행한다는 루미나리에는 청계천 앞, 시청 앞, 세종문화회관 앞, 서울 원점 앞의 네 군데에서 진행 중 ( 많기도 하다 ). 나는 청계천 앞과 시청 앞만 보고 왔다. 사실 루미나리에보다는 청계천 야경을 좀 더 담고 싶었는 데 아무래도 이 추위에 청계천을 따라 홀로 걷기다가는 미친놈 소리 들을까 봐 얼어 죽을까봐 루미나리에 근처에 머물렀음.

청계천 사진




시청 사진


약 2시간 돌아다닌 후 귀가. 돌아오는 길에, 시청 앞에서 대형 온수통 들고 커피 파시는 할머니에게 1000원을 들여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셨다. 근처의 멋진 이름들을 가진 커피 전문점들이 온갖 종류의 향과 맛들을 섞은 다양하고 풍성하고 현란한 문구들로 나를 유혹했지만, 이런 날엔 이런 커피가 더 맛있을 수도 있는 거지 뭐.

카메라 들고 다니는 분들 참 많았다. 덩치 큰 카메라와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삼각대들을 들고 삼삼오오 다니는 분들도 많았고, 나처럼 독립군으로 다니는 분들도 많았고. 개중 재밌던 분들은 스트로보를 들고 야경 촬영 나오신 분들과 삼각대 없이 오셨던 분들. 음... 청계천 입구의 폭포야경을 찍는 데 스트로보를 터뜨릴 이유가 뭐가 있을까?


사진은 즐겁다. 필름은 언제 찾나...

2006년 1월 12일 목요일

Nikon의 필름 카메라 제작 중단.

여러 곳의 작은 뉴스들을 통해서 익히 알려졌겠지만, 니콘이 영국부터 필름 카메라의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작년에 새로 나온 F6와 수동기에서 비교적 신형인 FM10 만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제 안 만들겠단다. 이미 대부분의 수익이 디지털에서 나오고 있으니 여력을 디지털로 전환하겠다고. 그런데 뉴스 본문에 큰 필름카메라에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들이 추가된 걸 보니 니콘에서 만들던 대형 카메라렌즈들도 단종인가 보다.

어.. 나같이 이제서야 필름에 맛들이고 재미 보는 사람은 어쩌라구 -_-

Ken Rockwell은 고집스럽게 필름은 끝나지 않는다고 외치고 있다. Ken Rockwell이 쓴 글 보기. 그의 논지는 필름의 맛을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serious photographer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최소 중형급 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해야 하며, Nikon은 그 시장에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따라서 마이너격인 -_- 35mm급 카메라를 생산하는 업체에서 필름 카메라를 단종시킨다해도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무런 영향력이 없을 거다. 왜냐고?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은 중형급 이상이니까. 핫셀, 롤라이 등등의 중형혹은 대형 카메라 업체는 어차피 니콘렌즈 안 썼다. 독일의 렌즈업체들이 메이저 업체인 데 마이너가 포기한다고 뭘 걱정이냐.. 마이너는 35mm 카메라사업 접고 디지털에나 총력을 다해라! 뭐 이런 논리.

Rolleiflex F2.8 Twin Lens Reflex Camera.


아 나 진짜... 중형으로 가라는 거냐 -_- 안 그래두 요새 이런 덩치도 크고 험악하게 생긴 녀석들이 눈 앞에 아른거려서 분위기 흉흉한 데 아주 제대로 찔러 주는 구나. 덩치도 크고, 무겁고, 조작성도 안 좋고, 피사체에게 부담감 만빵줄 수 있고, 오래되었고, 뭐 이런저런 단점들을 대면서 더구나 중형 필름은 프로젝터로 볼 수 없다는 단점을 안고 있기에 걍 그러려니 넘어가고 있는 데.

어쨋거나 Nikon의 필름카메라 단종은, Ken의 말과는 달리 취미삼아 필름 사진을 찍던 많은 아마츄어 사진가들을 디지털로 돌리는 획기적인 역할을 하긴 하겠다.

하지만 사진은 역시 슬라이드. 다음 주하고 다다음 주는 필름 정리해야지. 아직 마운트도 못 한 필름이 10롤 가까이 되겠다. 작년 가을 이후로 필름 정리한 기억이 없으니...


필름이여 영원하라. (음.. 무슨 심각한 필름 예찬론자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