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20일 수요일

무취미가 취미.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려면. 먹는 장사를 하면 된단다.


집 앞 상가가 번성하기 시작하는 요즘. 그 말을 치열하게 느끼고 있다. 아파트 한 채보다 덩치가 더 큰 상가들이 몇 개씩 우뚝우뚝 솟아난 지 어언 반년. 우리집 앞 버스 정류장보다, 그 상가들 구경하는 재미에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서 걸어오곤 하는 데.

역시, 대한민국 상가의 공식은 여기서도 통한다. 1층 복덕방, 빵집, 김밥집. 2층 미용실, 학원, 은행. 3층 교회. 지하실 목욕탕. 혹은 찜질방. 재미 없다.

재미있는 게 하나 있기는 한 데, 정체불명의 책방이다. 그것도 2층에, 규모도 제법 큰 걸로. 며칠 전 바바라 런던의 "사진" 이라는 책이 사진 초짜에게는 천상의 양식이라기에 구하러 갔다가 책이 없다기에 그냥 돌아나오기는 했는 데. 대부분 동네 서점이 고등학생들을 위한 온갖 종류의 문제집, 참고서들과 다양한 잡지들로 가득차 있었던 데 비해 비교적 다양하게 책들이 있었던 것 같아서 반갑다. 내일 들어오는 길에는 주문이나 넣어 놓고 올까 생각 중. (사실, 주문을 해 놓고 싶었는 데. 아저씨가 어느 출판사 책이냐고 계속 물어봐서... -_- 어느 출판사 책인 지 알리 없지. )

회사 앞에도 조그만 사진관이 하나 생겼다.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된 건데, 근처에 사진관이 정말 안 보인다. 그나마 사진관이 하나 걸려도 현상/인화의 바가지 요금에 허걱 하거나, 아저씨/아줌마가 사진에 대해 잘 모르는 걸 알고 휘 돌아 나오기 일쑤. 이마트 아줌마는 불친절 + 사진 인화 솜씨 쾅이어서 안 가고. 수지 1단지 쪽의 FDI는 바가지 요금에 안 가고. 충무로 할머니는 잘 해 주고, 사진도 잘 뽑아 주고, 장사도 잘 하는 데 너무 멀어서 고민. 오늘 찾아낸 (찾아냈다기 보다.. 13년이나 된 현상소가 FDI로 간판만 갈았단다.) 현상소는 아저씨가 슬라이드 2 stop push한 거는 그냥 현상해도 똑같다기에 즐~.

천상 주말마다 충무로 가는 생활을 한 동안 계속 해야 할 듯.



무취미가 취미인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갈 곳을 잃는다. 아마추어 무선을 시작할 때도.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도. 항상 제일 먼저 부딪히는 것은 정보의 부재. 사람의 부재. 맨날 바닥부터 혼자 시작하니... 실력이 부쩍 늘 생각을 못 하지.


취미를 가지세요.



오늘 세 롤 맡겼다. 한 롤은 내일 나오고. 두 롤은 다음 주 월요일. 흑백하고 슬라이드, 아저씨가 담 주 월요일에 뽑아 준다는 데, 쫌 불안하긴 해도 거의 테스트용 막샷이었고, 이번 주말부터는 충무로 가기도 수월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도 기대된다. 사진. ( 그 안에 너 있다. )

댓글 1개:

  1. 아. 한동안 시작하고 끝이 어울리지 않는 대표적인 글로 기억되겠군. -_- 멍해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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