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0일 월요일

Olympus PEN EP-1



여기도 한참만에 글을 올리는 군... 트위터에 빠져서 한 달여만에 헤메다 나옴.

오래간만에 카메라 관련 포스팅. 올림푸스에서 마이크로-포-서즈라는 새로운 포맷의 카메라를 내 놓는다. 과거 필름시절의 35mm (135), 중형, 대형 등으로 필름의 크기에 따라 판형이 분류되어서 판형을 구분하기 편리했던 시대는 이제 갔다. 디지털로 넘어 오면서는 각 사마다 자기 마음대로 지어서 내 놓는 마운트/판형의 이름들의 홍수속에 도대체 어느 카메라와 어느 렌즈가 호환되는 지 아빠 백통은 어느 카메라인지 혹은 렌즈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그러던 중 올림푸스, 파나소닉, 라이카 등 몇 개의 회사가 뭉쳐서 공통의 마운트 규격과 CCD 규격을 사용하기로 하고 정한 업계 표준이 four-thirds 포맷.

기존 각 회사별로 CCD와 마운트의 규격을 정해서 쓰던 데 반해서, 이 포-써즈 포맷을 사용하는 카메라는 동일한 규격의 CCD와 마운트를 사용하기로 한다. 즉, 파나소닉의 렌즈를 올림푸스, 혹은 라이카의 바디에 사용할 수 있고 그 반대도 물론 가능하다.

그럼, 포써즈의 장점은 마구 바꿔 쓸 수 있는 데 있느냐? 그건 아니고... 디지털로 넘어 오면서 촬상소자의 특성상 무한정 CCD를 키울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필름은 판형이 깡패라고 중판 대판으로 갈 수록 당연히 인화물의 품질이 좋아지지만 CCD의 경우는 무조건 판형을 늘릴 수 만은 없는 기술적 가격적 문제가 있었다. 포-써즈는 디지털에 최적화된 마운트와 CCD의 크기를 산정하고 정해 놓아서 상대적으로 저가에 완성도 높은 품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 세우고 있다. 물론, 기술이 앞으로 발전함에 따라 CCD에 대한 기술적 제약도 낮아지고 가격도 낮아질 거라서 이 포써즈의 장점이 언제까지 유지될 지는 사실 미지수.

자... 이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DSLR 시장은 이제 35mm급 필름 사이즈 CCD를 장착한 카메라들이 일반 사용자용으로 양산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니콘, 캐논 모두 35mm 필름 사이즈 CCD를 장착한 DSLR을 출시하고 있다. 물론 고가의 전문 촬영장비는 중판 사이즈의 CCD를 장착한 놈도 있지만 엄청난 고가에 일반 양산품이 아니니 제껴 두자. 어쩃거나 판형이 큰 DSLR들이 나오면서 포 써즈는 "그럼 싼 거 말고 니가 내세울 게 뭔데?" 라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포써즈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작은 거..."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기존 올림푸스에서 나온 바디들은 작게, 더 작게를 모토로 하고 있는 듯 싶었다. 다른 DSLR들이 육중한 덩치와 하마입같이 넓은 마운트를 들고 나오고 있을 때 올림푸스의 바디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DSLR의 태생상, 몸통에 거울을 들고 다녀야 하는 신체적 구조는 작게 더 작게의 한계까지 가고 있었고...

그래서, 아 그럼 거울 빼! 하고 거울 빠진 마이크로 포 써즈가 등장. 마이크로 포 써즈는 동일한 크기의 CCD를 사용하지만 거울을 빼서 바디의 크기가 작아졌고, 렌즈가 CCD에 더 다가옴으로써 마운트의 규격까지 작게 만들어 버렸다. 결국 다 작아진... 컴팩트 사이즈보다는 조금 큰 카메라의 탄생.

그러니까, 마이크로 포써즈는 포써즈와 동일한 크기의 CCD에 조금 더 작은 마운트, 조금 더 작은 렌즈가 되었다는 얘기.


개인적으로는... 잘 될까? 하는 의문. 지금 카메라 시장은 렌즈교환형 카메라 (DSLR을 포함한), 고급형 카메라, 초소형 똑딱이 카메라의 3분할 구도라고 보는 데 마이크로 포 써즈는 렌즈교환형 고급형 카메라라는 어중간한 포지션에 놓이지 않을까 싶다. 렌즈교환형으로 표현이 자유롭다는 건 이점이지만, 역시 판형이 깡패라고 날로 대형화되어 가는 CCD에 비해 1/4 크기의 작은 CCD는 아무래도 좀 아쉬워질 것 같다. 아직은 2종밖에 없는 렌즈군도 문제. 만일 라이카에서 렌즈군을 내 주고 파나소닉에서 라이센스해서 저가형 라이카 카피렌즈들이 쏟아진다면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라면 글쎄... 렌즈군이 확보되기 전에는 아직 딱히 구매할만한 매력을 느낄 수가 없는 제품이 될 것 같다. 렌즈가 작으니 조리개 수치가 낮은 렌즈를 제조하기도 어려울 거고 망원의 구현도 그렇고... 결국 하이엔드를 대체하거나 혹은 하이엔드에 밀리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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