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마이티 마우스.
애플로 가면 OS에만 적응하면 될 줄 알았는 데 웬걸, 하드웨어에도 많이 적응해야 한다. 3일간의 삽질 덕에 OS에는 그럭저럭 익숙해진 듯 싶은 데.
일단 맥북프로. 팜 레스트 부분이 따뜻하다. 나같은 땀 많은 사람은 반나절정도 회사에서 작업하다 보면 손바닥쪽이 축축해지는 걸 쉽게 느낄 수 있다. 발열은 07년형 맥북프로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한 데, 노트북 화면이 접히는 힌지 부분은 정말 뜨거워서 손 대면 깜짝 놀라기도.
오디오의 문제는 들어서 알고 있기는 했지만서도.... 정전기에 매우 취약함. 정전기가 잘 나는 소재의 옷을 입고 있다면 반드시 방전하신 후 팜레스트에 손을 올리시길. 혹자들은 손이 찌릿찌릿할 정도라고도 하는 데 내 경우는 그 정도는 아니고,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따닥따닥 소리가 가끔 들린다. 맥북프로 3일째에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이어폰 출력인 데, 화이트 노이즈도 가끔 들리고 딱딱 소리도 들리고... 아마 접지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만. 맘에 안 든다.
마우스....! 마이티 마우스는 그 날렵한 모양때문에 나의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제품일진 데... 가장 실망스런 하드웨어 되겠다. 스티브 잡스가 됐던 누가 됐던 기술을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에만 목숨 거는 애플스러운 면모가 완전히 함축되었다고나 할까. 우선, AA 사이즈 배터리 2개가 들어간다. 무겁다. 크기는 작은 데 VX Revolution보다도 무겁다. 왼쪽 오른쪽 클릭 버튼은 엄청나게 뻑뻑하며, 좌 우에 있는 버튼들은 어지간히 눌러서는 들어가지도 않는다. 가운데 볼록 나온 가운데 버튼도 휠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잠시 신기할 수는 있으나 그닥 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마이티 마우스의 결정적인 문제는.... 센서가 마우스의 앞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거. 대부분의 마우스들은 수광 센서의 위치를 사람이 손으로 잡았을 때 손바닥쯤에 오게 만든다. 그래야 사람들이 사용할 때 적은 손목의 움직임으로도 효율적으로 마우스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마이티 마우스는? 맨 앞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 쓰던 마우스 사용하듯 움직이면 감도가 엄청 약한 것 같이 느껴진다. 동작을 조금 바꿔서 손목을 크게 움직이면 평소에 쓰던 마우스하고 비슷해 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역시 디자인팀의 파워가 막강했다고나 할까. 그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2개의 배터리를 내장하기 위해서는, 센서와 배터리가 마우스에 상하로 위치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배터리는 마우스의 중앙에, 센서는 저 앞에. 이렇게 전후의 모양으로 놓인 게 아닐까.
스티브 아저씨. iCon을 보면 아저씨는 디자인을 위해서 엔지니어를 혹사시키는 전형적인 디자인 중심의 사람으로 보이는 데, 이제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어.고.노.믹.스 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내가 마이티 마우스 쓰다가 손목무슨 증후군 같은 거 걸리면 책임지실랍니까?
마이티 마우스. 내가 써 본 마우스들 중에 최악의 마우스로 기억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