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20일 화요일

Carl Zeiss on Nikon F-bayonet Mount.





2006년 12월 21일.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내온 날들을 정리하고 새 해를 기약할 즈음에. 칼짜이쯔가 사고를 쳤다.

대부분 연말은 특별한 사항이 없는 한, 재고품의 소진에 힘쓰게 마련이다. 한 해를 가름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특히나 전자업계는 매년 초에 미국에서 진행되는 CES때문에 연말에는 신품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CES에 출품할 제품들의 막바지 점검에 주력해서 다음년도 초의 시장을 선도진입하는 게 어찌 보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일단 카메라는 CES와는 무관하며, 포토키나는 연중 어느 때쯤 열리는 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1년 내내 무수한 소문을 달고 다니던 Nikon D200이 12월 16일에 발매된 것은 어찌 되었는 내게는 새로운 충격. 12월 16일에 발매되었다면, 오래도록 기다려온 사람들이야 연초의 보너스를 털어서 사기에 아주 제격이겠지만, 처음 구매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귀에 익숙한 제품을 사게 마련이기에 연말/연초의 시장은 노리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5일 더 늦게. 2006년을 딱 10일 앞 둔 날짜에 대형 사고가 한 방 터지게 생겼다. 독일의 Carl Zeiss가 일본계의 SLR 카메라와 호환되는 렌즈군을 발표하겠다고 한 바, 이 행복한 벼락을 맞은 카메라 업체가 니콘으로 확인되었다.

이미 Contax 카메라를 잠시 접해서 Carl Zeiss의 렌즈가 주는 짜릿한 사진을 맛 보았고, 그 선명하도록 빨간 T* 마크가 주는 온갖 종류의 자긍심을 담뿍 느꼈던 바.. 연말에 터진 대형사고라 아니할 수 없겠다.

단순히 몇 군데에서 떠도는 소문 뿐이고.. 정확한 것은 Carl Zeiss 홈페이지에 12월 21일에 공지가 되겠지만. 지금까지 나오는 소문에 의하면 니콘 베요넷 F-마운트에 호환되는 렌즈군이라 한다. 아마도 MF일 것이라는 추측이 대부분이다. ( 개인적으로 AF에 대해 그닥 필요를 못 느끼는 관계로, MF만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 )


12월 21일. 도대체 어떤 물건이 나올 지. 독일 시간으로 계산하면, 내일 저녁이나 늦어도 모레쯤에는 실체가 드러나겠구만. 흥미진진 기대 만빵!

음.. 속았다. 오늘 zeiss.de 에 접속해 본 결과. '다음 주 수요일, 28일을 기대하세요' 라는 메시지만 떠 있다. 모 클럽에서 동일한 티저 광고가 약 6개 정도 걸려 있었으니, 최대 5주 후에나 나온다는 이야기일까? 다음 주 수요일엔 무슨 이야기가 나오려는 지.

2005년 12월 12일 월요일

Rollei의 새 필름. Rollei R3

새로 나오는 흑백 필름.



폴라로이드에서도 구형 폴라로이드 필름(타임제로 필름)의 생산을 중단했고, 코닥에서는 흑백 인화지에 대한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코니카는 필름 사업을 접었다. 심지어 콘탁스는 필름 카메라 제조업체로서의 운명을 마감하기도 했다. 이게 작금의 필름 사용자에 대한 현실이다.

사진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과거의 전설로 이름붙여진 명기들과 좋은 필름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명기들은 오래된 관록과 높은 가격을 달고 중고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좋은 필름의 경우 유통기한이 있는 관계로 시간이 지나면 구경할 수 없는 그야말로 전설로만 남는 경우가 흔하다.

다들 이렇게 필름 관련 사업을 축소 혹은 접는 분위기에서. 오늘자로 독일에서 날아온 소식은 필름 사용자들에게 희소식.

Rollei의 발표 소식



흑백 필름이고, ISO의 사용 구분이 없는 게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필름은 자기에게 맞는 ISO를 정해 놓는 게 보통인 데, 25~6400까지 자유롭게 ISO를 세팅해서 사용하고, 나중에 현상할 때 현상액 및 현상 시간을 조정함으로써 원하는 사진을 얻게 할 수 있다. 감도별로 필름을 챙겨서 다니는 수고스러움을 덜게 해 준다.

사실, 이런 기법이 처음 적용된 것은 아니다. Kodak E200의 경우 3 stop까지의 증감이 자유롭다, 또한 일부 흑백 필름은 ISO값이 다르게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동일한 필름이며, 현상시에 현상 시간을 조절함으로써 감도를 조절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하지만, 25~6400이라는 엄청난 가변감도를 제공하는 필름은 금시초문.(내가 모른다는 말이지.. 이미 다른 곳에서 나왔을 지도 모름;; ) 대단한 필름임에는 틀림없는 모양이다.

나야 뭐, 흑백 필름을 즐겨 쓰지 않으니 자주 쓰겠냐 싶지만서도 (더구나 현상 정보도 부족해서 국내에서 현상할 수 있을지도 의문) 좋은 필름이 하나 나왔구나 싶어 필름 사용자로써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좋다.

2005년 12월 5일 월요일

MBC의 허락을 받자.

요즈음 MBC가 돌아가는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많은 일들을 MBC의 허락을 받지 않고 한 데 대해 아주 약간, 심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전후의 다양한 과정은 생략하고. 황우석교수의 논문에 대한 심사를 MBC에서 검증하겠다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은 어이가 없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과학계는 과학계의 일이 있고, 방송에는 방송의 일이 있다. 과학계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방송계에서는 그 문제의 핵심을 잡아 분명히 공공에 알리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하면 될 일이다. 그 나머지는 과학계에서 알아서 수정하고 다시 검토하도록 가만히 두면 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방송에서 그 사람에 대한 재판을 다시 시도할 수 있는가?

지금 MBC에서 행하고 있는 일은, 미안하지만 주제넘는다는 표현밖에는 쓸 수가 없다. 황우석이라는 고도의 시청율을 예약한 키워드를 목표로 삼고. 일단 난자구하는 방법의 윤리성으로 시작해서 흡집내기를 시도. 하지만 단순히 시청율 증가의 방향을 벗어나, 제가 쏜 총알이 제 목을 향해 돌아오고 있는 것을 보고 나서는 이제는 너 죽고 나 죽기로 당신 논문에 거짓말을 썼으니 내가 검증해 주겠다고 나선다. 내가 당신 윤리 문제를 건들다가 동네서 뭇매를 맞았으니, 이제는 당신 논문이 거짓말임을 만천하에 밝혀 내 뭇매 맞음을 보상해야겠다는 게 지금 MBC의 논리다.

CP. Chief Producer라는 사람이 방송에 나올 때마다 나는 잘못한 게 없어서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과 논조로 이야기하는 것 보기도 지겹다.

이제 그만큼 구정물 튕기고 구정물 뒤집어 썼으면 됐다. 그만하고 방송의 자세로 돌아가 주시길.


나 논문낸 것도 당신들이 검증해 주실 텐가.